[이창기]수도권, 삶의 질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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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기]수도권, 삶의 질이 더 중요

[수요광장]이창기교수(대전대 행정학부)

  • 승인 2008-09-02 00:00
  • 신문게재 2008-09-03 21면
  • 김경욱 기자김경욱 기자
▲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부 교수
▲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부 교수
김문수 경기지사의 수도권규제완화발언이 충청권을 들끓게 하고 있다.
그의 발언이 당장 충청권의 행정도시건설에 지장을 초래하고,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를 비롯한 첨단의료복합산업단지 등의 유치에 적신호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명박정부의 지방정책기조가 촛불집회 이후 지방의 반발을 고려해 일시 후퇴했지만 본질적으로 수도권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에 지방민들은 더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김지사의 저의는 어찌 보면 이명박정부의 때 이른 레임덕을 겨냥해 수도권을 결집시키고, 나아가 수도권 정치세력을 끌어 모아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 같다. 그만큼 순수하지 못하다. 그가 진정으로 더 큰 국가지도자가 되려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면 신념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국가의 전체 가치를 보았어야 한다.

그는 경기도의 불균형은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국토의 불균형은 강 건너 남의 일로 치부하는데서 이미 국가지도자이길 포기한 것이다. 물론 경기도의 불만족과 불균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몇 년 전 어떤 언론기관의 조사에서 전국민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가장 행복하지 못한 지역으로 경기도가 나온 건 참으로 이해하지 못할 조사결과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만큼 경기도민들의 수도권생활이 얼마나 힘든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사결과였다. 물론 그 원인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수도권의 복잡한 교통, 오염된 환경 등 과밀에 따른 불만족이 곧 불행으로 연결되었다고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데 의외로 같은 조건의 서울사람들은 행복순위가 2등인 것을 보면 경기도주민들의 불행은 서울진입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데서 오는 불만족상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기도민의 불만족은 불균형의 문제라기보다 너무 잘난 이웃을 두고 있는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옳다.

그렇다면 오늘의 경기도 문제는 경기도민의 삶의 질을 서울보다 높이려는 정책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경기북부지역은 국가안보차원에서 희생을 강요당해 온 억울한 지역이기는 하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고, 심지어 북한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한나라당의 대북기조 속에서 북한을 이롭게 하는 수도권집중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같은 당 박진 의원은 몇 년 전 국정감사에서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장사정포 문제를 제기해 수도권방어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적나라하게 지적한 적이 있다.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경기북부지역으로의 인구나 부의 집중은 국가안보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당분간은 저밀도의 전원주거공간으로 개발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언젠가 통일이 이루어져 수 백만명의 북한주민이 남한으로 이주해 올 때 그들을 수용할 넉넉한 공간을 남겨 두어야 한다. 따라서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보상은 통일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와 같은 억울한 사정은 지방에 여럿 있다.

수도권의 수자원공급을 떠맡고 있는 남한강 주변지역은 수도권주민의 깨끗한 식수제공을 위해 모든 경제활동을 규제당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수도권에 전력공급을 위해 영광, 고리, 월성, 울진지역은 방사능위험이 상존하는 원자력발전을 떠맡고 있다. 최근에는 원자력폐기물처리장도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수도권이 아니라 경주에 건설되고 있다.

또 억울하기는 충청남도 해안지방도 마찬가지다. 당진화력부터 서천화력까지 대기오염과 연안지역오염을 무릅쓰고 전력을 생산해 85%를 수도권으로 보내고 있다. 이런 지역들이 오로지 자기지역의 이익만을 위해 보상을 요구한다면 수도권의 물과 전기는 지금과 가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되면 수도권은 더 이상 사람 살 곳이 못될 것이다.

국가의 번영은 물론 개인의 번영도 내 것만을 챙기는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전체의 가치를 위해 서로 희생하고 배려하는 공동체의 의무를 다해야 국가의 발전도 개인의 발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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