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바다의 마음을 품은 학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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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바다의 마음을 품은 학교에서

[교육단상]김용석 태안 원이중학교이원분교장 교사

  • 승인 2008-09-02 00:00
  • 신문게재 2008-09-03 20면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 김용석 태안 원이중학교이원분교장 교사
▲ 김용석 태안 원이중학교이원분교장 교사
오늘도 ‘안녕하세요?` 하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의 아침 인사로 나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어디서든 만나기만 하면 하루에 10번이라도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는 우리 아이들.

충남에서 가장 먼 곳, 학교시설도 가장 낙후되어 있는 원이중학교 이원분교. 2001년. 과목조절이라는 이유로 1년만 근무하고 헤어져야 했던 씁쓸한 기억이 있었던 학교.

다른 학교로 떠나는 나를 위해 읍내 우리집까지 와서 작은 용돈을 모아 산 손목시계를 전해주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던 아이들. 그 때 그 아이들은 아니지만 그 후배들과 생활하고자 나의 선택은 이 학교로 정했다.

전교생 35명. 이원분교는 충남에서 2번째로 작은 전형적인 농어촌 소규모학교다. 모두 한가족처럼 생활하는 모습이 아기자기하고 학생 개개인의 성격과 특징을 모두 다 알 수 있어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 가족이라는 것을 느끼며 생활하여 즐겁고 오고 싶은 학교로 많은 정이 넘친다.

전체 조회시에 동준, 미진, ..... 혜란 이렇게 전교생 다 불러도 대도시 한 학급 밖에 안되는 학생이다. 이 학교로 발령받자마자 학생들의 가정 상황을 알기 위해 하루에 몇 명씩 태우고 귀가를 시키다 보니 조금 더 아이들 곁에 다가선 것 같다.

‘선생님, 아빠 같아요. 아니 엄마 같아요.` 하며 나의 나온 배를 한번씩 눌러보고 사라지는 아이들.

나는 이 정감어린 곳에서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 가끔 입가에 웃음을 짓곤 한다.

교직에 들어온 지 벌써 22년. 우리 교무실에는 전체 7명교사 중 나를 제외하고 이 학교가 첫 발령지인 풋풋한 새내기 선생님들로 이루어져 있다. 적은 교사수에 업무는 부담이 되지만 전 교사들이 열의를 가지고 하나라도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에 이런 것이 교육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전교생이 밤 9시까지 모두 남아 독서와 학습을 하고 선생님들도 지역 여건상 학원 등의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매일 밤 학생들과 학습지도 및 상담을 한다. 그러다보니 요즘 언론에 나오는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흡연 등 각종 학생문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학교이기도 하다.

또한 야간 공부방 운영에 따른 자녀들의 귀가를 위해 자율방범대를 중심으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귀가를 책임지고 있다. 지역과 학교가 하나가 되어 학교에서 하는 학생 지도 및 행사에도 적극 도와주시는데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본교에 근무하다 다른 학교에 전근가신 선생님께서 이 곳에서의 생활을 그리워 한다는 말씀을 자주 듣곤 하는데 과연 정감이 가는 학교이다.

2007년 12월 7일에 터진 태안 원유유출사고의 직접 피해 대상 지역인 우리 학교 전교생의 가정에 드리워진 암울한 먹구름도 이제 서서히 가시고 있는 느낌도 든다. 이제까지 교사로서 쌓아온 경험 하나하나를 이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자 오늘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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