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숯-천연정화물질

우리문화를 아시나요?-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팀장)

장독에 둥둥 떠 있는 시커먼 숯덩이나 아이를 낳은 집 대문의 새끼줄에 꿰어 달아 놓은 숯에는 우리 선조들이 생활 속에서 터득한 과학슬기가 듬뿍 배어 있다.

숯은 아주 작은 구멍들을 스폰지처럼 갖고 있어 불순물을 제거하는 흡수제로서 냄새나 나쁜 물질을 제거하는데 효과가 있다. 장독에 참숯을 고추와 함께 띄워 놓으면 참숯은 곰팡이 등 나쁜 물질과 냄새를 빨아들이고 고추는 방부제역할을 하여 된장·간장이 썩지 않고 잘 발효되도록 한다.

또한 배 아프고 설사할 때 할머니나 어머니께서 먹여 주시던 아궁이에서 긁어낸 숯검정 역시 이러한 흡수성 때문에 배탈설사를 멎게 하였다. 설사치료제인 지사제 역시 정제된 활성탄을 사용한다.

아울러 현대사업에도 응용하여 방독면에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흡음속성도 뛰어나 송수신용 마이크로폰에도 사용하여 공명현상을 방지하여 깨끗한 음을 얻는데도 쓰인다.

뿐만 아니라 옛날 쇠를 녹여낼 때 숯은 촉매제인 조개가루와 함께 쇠를 쉽게 녹슬게 하는 황을 제거하여 좋은 쇠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 또한 현대 재료공학에 응용하면 녹이 슬지 않고 단단한 첨단소재를 개발해 낼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용도를 가진 참숯은 나쁜 물질을 빨아들여 제거하는 그 실용적인 모습이 종교심성에도 투사되어 금줄의 숯과 같이 모든 잡스러운 기운을 몰아내는 뜻을 갖는 주술·종교적인 모습도 자연스럽게 지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