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주 충청남도여성정책개발원 여성정책팀장 |
이 제도에 따르면 앞으로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어 실력에 따라 한국어 교육기관에 가서 60?200시간의 수업을 받고, 30시간은 한국 사회 이해에 대한 수업을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수업 참여도 1주일에 3시간 이상을 인정하지 않아, 한국어 실력이 최하 등급인 0단계인 이민자의 경우, 한국어 교육 200시간을 꼬박 이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17개월이 걸리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7개월여의 시간을 꼬박 교육을 위해 통학할 수 있는 결혼이민자들이 몇이나 될까?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 농사일, 직장일 때문에 수시로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거기에다 교통이 불편한 농촌 지역에 살고 있거나 남편과 시부모가 교육을 받으러 나가는 것을 싫어하거나 못 가게 한다면, 결혼이민자들의 국적취득은 5년, 10년, 아니 이루기 어려운 머나먼 꿈이 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사회?정치적 권리와 각종 사회보장 및 복지 혜택들이 국적 취득을 하지 않은 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수제의 족쇄 때문에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는 결혼이민자들은 “사회적 통합”이 아니라 그야말로 “사회적 배제”가 되어버리는 꼴이다.
사회통합이라 함은 누가 누군가를 바꾸고, 누군가를 “대상”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 서로의 상호결합이자 새로운 시스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통합의 주체는 한국인이고, 통합의 대상은 이주민이 아니라 한국인, 이주민 우리 모두가 통합의 주체이자 대상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어와 한국사회 이해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추 못한 상태로 국적을 취득하여 사회적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실시하려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이수제는 사실상 이주민을 한국 사회에 통합되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 한국인과 한국사회가 통합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는 일방적인 제도이다. “다문화 사회의 이해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다수의 한국인에 대한 통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주민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수제의 강행보다는 지금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주민을 위한 적응과 지원 프로그램들이 보다 내실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주민들에게 다문화사회와 사회통합이라는 구호는 공허하게만 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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