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구 대한주택공사 대전.충남본부장 |
우리나라 아파트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음에도 최초 아파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은, 당시 아파트의 개념이 생소한데다 어느 규모 정도를 아파트로 규정해야 하는지의 모호성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최초 아파트는 1962년 대한주택공사에서 건설한 마포아파트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종암아파트(종암동, 58년), 개명아파트(서대문, 59년) 등이 건축됐지만 동(棟)수 라든가 단지구조가 연립주택 개념을 벗어나지 못한 아파트들이었다.
마포아파트는 6층 10개 동, 계단식 구조로 건설되었는데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 50년 역사의 새 지평을 연 아파트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 우리나라는 ‘아파트공화국’이라 할 만큼 아파트에 관한 한 양과 질적으로 엄청난 발전과 변화가 있었는데, 주택 통계(2005년 기준)에 의하면 단독주택이 약 400만 호인데 반해 아파트는 약 660만 호로 이미 한국인의 주거공간으로 아파트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한국인의 주거공간으로 깊게 뿌리내린 아파트의 건축공법은 크게 몇 가지로 대별된다. 몽땅 벽돌로 쌓아 올리는 방식의 ‘조적(組積)조’, 벽은 벽돌로 쌓고 기둥과 보는 콘크리트로 처리하는 ‘라멘(Rahmen)조’, 기둥과 보는 없애고 벽을 콘크리트로 하여 기둥역할을 하게 하는 ‘철근콘크리트(Reinforced concrete construction) 벽식구조’, 기둥과 보를 철골(H빔)로 만드는 ‘철골조’ 방식이 그것이다.
그중 ‘철근콘크리트(RC) 벽식구조’는 분양 팸플릿 등에 ‘벽식구조’로 흔히 표기되기도 하는데 이는 벽이 아파트를 지탱하는 방식으로 입주자나 사용자가 절대 훼손해서는 아니 되는 구조물이다.
아파트 건설 방식으로서 ‘벽식구조’가 절대적일 만큼 많이 사용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유일한데 이는 70년대 경제성장에 따른 대규모 주택수요에 80년대 등장한 저렴한 공사비의 ‘벽식구조’가 더욱 많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장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벽식구조’ 위주의 아파트 건설부문에 자성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요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수명이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짧다는 것인데 ‘재고 주택수와 당해 신축주택의 비율’로 산정하는 주택 내용연수를 보면 미국(103년), 프랑스(86년), 독일(79년)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연립주택 15년, 아파트 19년, 단독주택 23년) 너무나 짧은 수명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가 유독 외국에 비해 아파트 내용연수가 짧은 것은 건축물의 고정성으로 인한 리모델링의 한계와, 구조체의 내구연한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내장재, 설비재 등의 설계가 미래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벽식구조’로 인한 리모델링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 시간적 변화에 따른 주거공간의 가변성을 제공하여 100년 이상의 주택 내용연수를 확보하는 ‘장수명 공동주택’ 연구가 한창이다.
‘장수명 공동주택’ 연구는 국토해양부의 ‘첨단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되는 대형 국책 연구사업으로 대한주택공사가 주관이 되어 협동연구기관 13개 기관, 참여기업 32개 기업 등이 협업하여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년에 걸쳐 수행되고 있다.
현재, 그동안의 연구결과에 따라 천안`아산 고속철도 역사 인근에 실험주택(Mock-up House) 4세대(전용 84㎡, 50㎡, 90㎡, 60㎡)를 건립 중에 있으며 9월 중에 개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쪼록, ‘내구성 및 가변성을 가지는 장수명 공동주택 기술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국민 주거공간의 대명사인 아파트 건설사(史)에 또 하나의 신기원이 창출되기를 고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