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초·중·고와 의료기관에 따르면 검진 대상 학교들이 검진 기관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등의 편의를 위해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학교와 가까운 검진 기관을 무턱대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상 편의를 위해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수용 인원이 적은 일반 개원가를 선택했다가 학부모들의 민원을 사는 등 여러 가지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전의 한 고교는 학생들의 의견은 배제한 채 보건교사가 학교와 가까운 검진 기관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검진 기관은 청소년 질환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는데다 학생들의 검진을 보다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없는 상태다.
검진 내용도 형식적이다. 전문성을 위해 학교 단위에서 실시하던 건강검진을 병원에 직접 방문하는 것으로 바꾸었으나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의사 입회없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건강검진을 5분여 동안 한 뒤 돌려보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판독 장비가 부실한 곳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료기관 한 관계자는 "학생들의 효과적인 검진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며 "하지만 학생 검진기관 중에는 청소년 질환을 전문으로 판독하는 장비를 갖추지 못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같은 현상은 변두리나 시골단위 개원가가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의 질환을 정확히 판독하기 위해선 소아청소년 전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만 일부 검진 기관은 기존에 성인에게 사용하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해 진단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이소아병원 변상현 원장은 "학생들의 평생 건강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제도의 취지가 퇴색되는 등 취약하거나 보완해야 할 요소가 있는지 정밀진단에 나서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오주영·조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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