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인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
각 종목별로 메달을 획득한 메달리스트들에게 우선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우리의 젊은 영웅들에게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집중되었던 관심과 찬사가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첫 금메달을 안긴 최민호 선수가 결승전 경기가 끝나고 매트에 엎드려 우는 모습을 보며 단순하게 기쁨의 눈물이려니 했다. 하지만 신문에 보도된 최 선수의 “그때는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주위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금메달과 동메달이 그렇게 차이가 있는 줄 몰랐다”는 말을 듣고 우리의 성숙하지 못한 문화가 못내 부끄러웠다.
우리나라는 베이징 올림픽에 25개 종목에 389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선수들은 그동안 피땀 어린 노력을 통해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그들은 20대의 젊음과 낭만을 뒤로 한 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자신의 한계를 넘나드는 지옥훈련을 묵묵히 견디며 자신을 단련해왔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 중에는 금메달리스트도, 예선에서 탈락한 선수도, 아쉽게 4위에 그친 선수도 있다. 이들은 짧은 대회기간에 지난 4년간 쌓아온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을 것이다. 아니 자신의 영혼마저도 불살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을 때 그들이 느꼈을 안타까움과 슬픔을 과연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불모지나 다름없는 여건 속에서 혹은, 부상을 입은 몸으로도 최선을 다한 그들은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그들의 땀과 투혼은 미래의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른 그들은 성적에 관계없이 박수와 갈채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우리의 젊은 영웅들인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로 올라선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의 경기에서 그 폭발적인 달음박질은 ‘감탄’을 자아내게는 했지만 필자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100m 경기 마지막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에서, 자신을 불사르며 감동을 주었던 우리 선수들과는 달리, “올림픽 정신은 저게 아닌데….”라는 씁쓸함을 느꼈다.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축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아픔을 딛고 일어서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도록 관심과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정한 마음’을 담은 환호와 관심 말이다.
경쟁의 역사는 꼴찌를 기억하려 들지 않지만 꼴찌의 삶이 1등이나 승자의 삶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1등이 훌륭한 것이라면 꼴찌 또한 훌륭하다. 1등을 향한 승자의 노력은 박수를 받지만 꼴찌의 투지는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음에도 한마디의 환호조차 없기에 더 귀한 것일 수 있다. 박완서씨가 그의 수필에서 굳이 꼴찌에게 갈채를 보내자고 한 것도 수없이 좌절해야 함에도 좌절하지 않는 그 아름다운 삶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 승패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는 경기 그 자체를 즐기며,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환호와 갈채를 보내는 것이 올림픽 정신에 맞는 관전문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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