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60년간 일기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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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60년간 일기쓰기

[목요세평]김형태 한남대 총장

  • 승인 2008-08-27 00:00
  • 신문게재 2008-08-28 20면
  • 김형태 한남대 총장김형태 한남대 총장
① 매일 일기를 쓰며 반성하고 다짐하며 계획한다.
② 철저하게 계획표를 짜서 실천하도록 노력한다.
③ 온가족이 평생 일기 쓰는 습관을 갖는다.
④ 어릴 때부터 큰 소리로 책을 읽는다.
⑤ 음악과 미술에 대한 재능은 의도적으로 계발해야 한다.
⑥ 재능이 보이면 가정교사를 활용해 재능을 계발해준다.
⑦ 외국어공부는 원어민 가정교사에게 배운다.
⑧ 아이가 어릴 때는 자주 같이 놀며 동화를 들려준다.
⑨ 선조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문의 자긍심을 심어준다.
⑩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앞장선다.

▲ 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위의 것들은 톨스토이 가문의 자녀교육 지침들이다. 사소하게 보이는 습관 하나가 위대한 작가나 심오한 철학자, 그리고 튼튼한 부자를 만들 수 있다. 조그만 물방울이 반복해 떨어질 때 바위덩어리가 패이는 것과 같다. 생활습관, 공부습관, 언어습관, 건강관리습관, 잠자는 습관까지 모든 습관들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시간 관리와 자기관리습관은 지금까지도 유명한 사례가 되고 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에겐 19세부터 평생 동안 일기 쓰는 습관이 있었다.

60년 간 일기를 써온 그의 습관이 세계적인 대문호를 만들었고, ‘전쟁과 평화’, ‘부활’ 등의 걸작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일기 때문에 작품의 소재가 계속 나왔다. 그를 본받아 가족들까지 모두 일기 쓰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일기쓰기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넓히고 상호존경심도 갖게 되었다 한다.

두 살 때 어머니를 잃고 난 후 톨스토이는 혹독한 자기관리에 들어갔다. 대단한 공부계획에 실패한 후 일기장에다 “나는 자신에게 너무나 많은 규정을 부과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수행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힘이 모자랐다”고 적기도 했다. 어떤 때는 자신을 격려하면서 “크게 진보되었다. 그 정신적인 개선의 진전 속도에 크나큰 기쁨을 맛본다. 절대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하였다.

나이가 들어간 뒤엔 하루에 한 가지 씩 착한 일을 하겠다고 맹세하면서 그날의 일기에 이렇게 적어놨다. “나는 평생을 이웃사람들에게 바칠 각오를 했다. 말로 하는 것은 이것이 마지막이다. 앞으로 사흘 안에 남을 위한 일을 한 가지도 못하면 나는 자살하고 말 것이다” 결연한 각오로 이렇게 자신을 담금질 했던 것이다. 세계적인 대문호가 어찌 그냥 나올 수 있단 말인가?

톨스토이는 일기 속에서 자신의 우유부단, 자기기만, 성급함, 거짓, 수치심, 신경질, 혼란, 모방심, 변덕스러운 마음, 경솔함 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우리들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도 온갖 번민과 인간적 갈등, 뜻대로 되지 않는 고통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끈질긴 자기반성과 거듭되는 다짐 및 인내와 수고를 통해 불멸의 작가요 위대한 사상가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그의 일기 쓰는 습관은 곧바로 가족들 즉 부인과 아들, 딸에게 옮겨졌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렇듯 주변사람들에게 전염성을 갖는 것이다. 그는 13명의 자녀를 낳아 9남매가 생존했는데 모두 곱게 성장했다. 차남 일리야의 일기를 보자. “아빠는 우리에게 벌준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아빠는 내 눈만 보고도 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았고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엄마에게는 거짓말을 했지만 아빠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빠는 금새 알아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 누구도 아빠에게는 감히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말없는 교육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권위를 보여주고 있다. 엄격하면서 부드러운 아버지가 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톨스토이의 고조부는 군사령관과 외교관을 지냈고 조부는 해군준장, 부친도 중령 출신이다. 그의 외조부는 러시아 건국 시조의 후손이고 육군 대장인 본콘스키 공작이다. 그는 프랑스 문학과 음악을 좋아했고, 매일같이 독서를 했으며 어머니 마리아는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이탈리아어 등 5개 국어를 했고 피아노도 잘 쳤다. 마리아는 4남 1녀를 낳았는데 톨스토이가 두 살 때 여동생을 낳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600년을 이어온 명문가로서 친가와 외가 모두 훌륭한 족보를 자랑하는 집안이었다. 거기에다 60년간 일기를 쓰면서 자기 삶을 다듬었던 결과로 오늘까지 유명한 톨스토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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