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석유제품판매표시광고 고시`가 폐지됨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모든 주유소는 특정 정유사의 상표(폴사인)와 상관없이 여러 정유사의 기름을 함께 판매할 수 있다. 정유사간 경쟁을 유도해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내놓은 고유가 대책의 하나지만 주유소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실제 폐지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전지역 대부분의 주유소는 미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 주유소들이 정유사와 일정 비율 이상의 자사 제품을 사용하도록 공급계약을 맺고 있고, 현실적으로 여러 정유사의 기름을 함께 판매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주유소협회 임재수 사무국장은 “폴사인제 폐지 자체가 별 의미나 효과가 없다”며 “정유사와의 계약 문제도 있지만 여러 정유사 제품을 팔기 위해 기름탱크를 따로 설치해야하는 등 부담을 떠 않으면서 폴을 내리는 주유소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폴사인제 폐지가 가격 인하 효과 없이 소비자들의 혼란만 부축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구 선화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모(52)씨는 “특정 상표를 보고 카드 할인 혜택 등을 받기 위해 찾는 운전자들이 많은데 여러 정유사 기름을 함께 팔게 되면 신뢰도 문제와 함께 이런 혜택을 적용하기 어려워져 오히려 손님이 감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정유사들의 암묵적인 담합이 이뤄지거나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거나 혼란스럽기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직까지 여러 정유사 제품이 동시에 판매될 경우에 대비한 표시방법 등 구체적인 방침도 없고, 정유사간 공급가격 차이가 리터당 5원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적게는 40원에서 많게는 100원까지 주어지는 할인혜택이 사라질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도 실익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표시 방법 등에 대해서는 조만간 구체적인 방침을 협회에 전달하고 발표할 예정”이라며 “폐지에 따른 당장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더라도 주유소들이 정유사와 계약이 끝나는 시점이나 연말께에는 변화와 정착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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