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두 살의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여는 묵정 곽영수씨는 자신을 운명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사나이라고 소개한다.
충남 논산시 벌곡면이 고향인 곽 씨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조실부모해 그림 전공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며 “집안의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느라 서울에서 한복에 그림 그리는 일을 했는데 그림이 너무 좋아 어린 아들을 등에 업고도 방바닥에 모포를 깔아 놓고 그림을 그렸다”고 회고했다.
화선지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호사였을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낸 곽 씨는 한복, 광목, 우산, 부채, 다포, 건축자재 등 생활 주변의 물건들을 화폭 삼고 지게 작대기, 볼펜, 매직 등 뾰족한 것을 붓 삼아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생활용품에 먹이 아닌 안료로 채색한 그의 응용작품들을 보면 고고한 선비의 영역으로만 치부되던 문인화가 현대인의 생활 속에 다정히 녹아들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문인화의 대가 묵정 곽영수 선생이 27일부터 서울 경인미술관에서 2008 묵정 곽영수 문인화전을 연다. |
27일 서울 경인미술관에서 2008 묵정 곽영수 문인화전 여는 곽 씨는 “평생을 그림을 좇으며 살아왔는데 막상 전시회를 하려니 마음이 급해지고 더 많은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고 부끄러워하며 “2~3년 내 국전 등 각종 대회 심사와 운영위원 등 외부 활동을 모두 접고 대작 위주의 작품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들려줬다.
이번 전시회에는 가로 7m 소나무와 8군자 8폭 병풍 등 화훼와 초충영모(草蟲翎毛)를 소재로 한 화선지 그림과 광목, 친환경건축내장재를 활용한 생활용품 등 100여점이 선보이는데 일주일간의 서울 전시를 마치고 9월 16일부터 19일까지 대전연정국악예술회관에서도 전시할 예정이다.
“어렵고 먼 길을 돌아 문인화의 세계로 왔듯이 그림은 내 삶의 전부로 화선지를 펴고 붓을 들면 세상 모든 것을 잊을 정도로 행복하다”는 곽 씨는 “다시 태어나면 좀 더 일찍 그림을 시작할 것”이라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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