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자치여론연구소장 |
본디 지방의회란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으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집행기관을 견제하기 위해 주민들이 뽑아준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써 그 활동의 모든 파워(power)와 활동의 근간은 주민으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근본적인 원리에도 불구하고 법.제도.인물 등의 문제로 인하여 주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행하는 대리인으로서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요즘 대전시의회 등 대부분의 지방의회에서 보여주는 의장단선출과 원 구성과정에서 나타난 파행들은 이런 대리인문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소위 지방의회에는 주민은 없고, 지방의원과 자리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회 무용론이 힘을 받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와중에도 대전광역시 서구의회가 보여주는 혁신사례는 전국적으로 칭찬을 받기에 충분하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서구의회는 해외연수 및 원구성, 동료 간 갈등과 싸움 등으로 인하여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문제점이 많은 의회였다. 그런데 몇몇 초선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더더림”이라는 의원 연구단체를 결성하여 집중적인 연찬과 의원간담회 등을 통해 혁신적인 제도개선작업을 하였다. 그 중 대표적인 성과가 ‘외부인사 주도의 공무국외여행심의회 구성`, ‘의장단 및 원구성시 교황식 선출방식폐기와 후보등록 및 정견발표방식 도입`, ‘전문의정자문위원제도입` 등이다. 의원들의 이런 헌신적인 노력과 혁신적인 변화는 2년 만에 전국에 모범적인 사례로 소개되고 있어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써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우리 속담에 “형 만한 아우 없다”란 말이 있다. 이는 아무리 아우가 잘나도 형보다는 못하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 속담도 시대의 흐름과 장소에 따라 예외는 있는 것 같다. 이번 후반기(5기) 원구성과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가 있는 곳이 우리지역의 형님격인 대전시광역의회이기 때문이다.
대전시의회는 변해야 하며 바로잡아야 한다. 그 표본은 바로 서구의회이다. 형이 지혜로운 아우에게 한수 배운다한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오히려 그 용기에 시민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모든 것을 내어 놓고 다시 시작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먼저 그동안 제기된 부정선거 등 각종의혹에 대해 대전시의회 스스로의 한 점 의혹 없는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 결과를 대전시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게 시의회차원에서 사과하고, 의장단에 대한 신임투표가 이루어 져야 한다.
왜냐하면 상처를 가지고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의정을 이끌어 가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임투표결과 현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언론 등이 모범사례라고 칭찬하는 서구의회의 방식으로 변화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불법과 파행 등이 이루어 질수 없도록 차제에 의장선거방식 뿐만 아니라 외부인사주도의 공무국외여행심의회구성, 민간참여윤리위원회구성 등 의회운영방식에 민주적인 시스템이 도입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이 시민을 무시하고 소위 주류파와 비주류파가 평행선을 달려 시민들의 권익에 손해를 더욱 더 끼친다면 차후에 일어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지방의회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대전시의회여! 그대들은 시민들이 용서한다고 손을 내민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이를 거부한다면 그대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시민들의 외면과 주민소환카드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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