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현]美 모기지 사태와 시장기능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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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현]美 모기지 사태와 시장기능의 한계

[경제칼럼]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 승인 2008-08-24 00:00
  • 신문게재 2008-08-25 21면
  • 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 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 김명현 한국주택금융공사 대전지사장
미국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세계 경제를 흔들어대고 있다. 미국 2대 모기지 전문은행의 파산에 이어 급기야 국책유동화기관인 패니메와 프레디맥마저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사실 비슷한 금융위기는 90년대 초반에도 있었다. 1992년 아버지 부시대통령은 1차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어 인기를 회복했다.

그러나 장기 고정금리의 주택융자에 집착했던 저축대부조합(S&Ls)들이 금리상승으로 부실화되면서 약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이 결정됐다. 이는 국민의 세금으로 은행을 도왔다는 비판을 야기해 클린턴에게 패하는 원인의 하나가 됐다. 10여년 뒤 또 다시 터진 금융위기 앞에서 부시 부자의 이상한 운명 같은 걸 느끼게 된다.

그런데 도대체 패니메란 어떤 기관인가. 대공황의 여파로 은행들이 주택융자를 취급할 여력이 없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8년 패니메를 설립해 은행이 취급한 모기지를 사주는 방식으로 주택자금을 지원했다.
패니메는 이후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 민영화를 거쳐 1981년부터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발행을 개시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했다.

오늘날 미국의 주택금융을 좌우하는 핵심기관으로서 동사의 모기지 금리는 미 지표금리의 역할을 해왔으며 MBS는 미 국채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투자자들이 선호해 왔다. 지난해 美 MBS시장의 규모는 6조6000억조 달러의 잔고를 보이고 있는데 위 두 기관의 발행액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패니메는 짐 콜린스의 유명한 저서 『Good to Great』에 예시된 11개 초우량기업 가운데 하나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설립 모델이기도 하다.

패니메의 부실에 대해 많은 해석들이 있지만 특히 그린스펀이 이끌던 FRB가 오랫동안 초저금리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주택융자를 자극하고 이것이 주택가격인상으로 연결된 데 크게 기인한다.

미국의 가계대출 시장 규모는 지난 연말 잔액이 13조8000억 달러로 GDP의 100%에 육박하는데 2000년 이래 연평균 10.6%의 고성장을 지속해왔다. 그 와중에 1차 대출시장에서는 고객유치경쟁이 치열해져 90%에 이르는 대출비율에 만기까지 이자만 내게 한다거나 변동금리, 특히 서브프라임과 같은 낮은 신용등급의 고객대출이 확대되는 등 이른바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이 성행했다. 이처럼 문제있는 대출을 기초로 2차 유동화시장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재단된 증권 및 파생상품이 국제간 거래로까지 확산됐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잔치가 지속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성적인 미국의 무역적자에 이라크전쟁 등으로 인한 재정부담, 원자재 값 폭등에 고질적 달러 약세 등이 강력한 인플레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결국 금리인상 조치와 함께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유도했다. 묻지마 대출에 편승했던 많은 채무자들이 연체의 늪에 빠지고 압류 부동산이 속출하면서 모기지 관련 증권에 투자했던 수많은 투자자들의 손실이 현실화됐다.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여기저기 허점 투성이임이 드러났다. 모기지 증권화 과정에서도 엉성한 자산실사에 무책임한 신용평가가 남발되었는데 패니메와 프레디맥간의 숙명적인 경쟁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 결과 회계법인, 법률자문 로펌, 신용평가회사, 투자중개사, 나아가 감독기관까지 모든 시장참여자에 대한 의혹과 함께 미국 금융시스템 전체의 공신력이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규제완화, 글로벌화라는 미명 아래 무한경쟁으로 내달리게 방치한 것도 시장의 통제와 밸런스가 무너진 커다란 요인이 됐다.

금융공학에 기초한 구조화금융 및 파생상품과 같은 금융혁신마저 리스크분산은 커녕 결과적으로 주택금융시장의 과열을 부추긴 셈이 되었다.

단기적 관점에서 시장 및 상품 스스로의 기능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며 그래서 적절한 시장감시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환기시켜 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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