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재 국악칼럼니스트 |
음악과 춤이 삶과 함께 어우러지던 이런 놀이를 농촌에서는 흔히 ‘풍장(을) 친다’라고 불렀는데, 전통음악에서는 ‘풍물놀이’ ‘풍물’ 혹은 ‘풍물굿’이라고 지칭합니다. 본래 ‘풍물’은 이러한 놀이에 쓰이는 악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었습니다만, 세월 속에서 언어사용자가 풍물을 다루는 연행(演行)을 ‘풍물’이라고 단순하게 표현했지요. 또한 ‘풍물놀이를 통하여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어울리며 하나가 되는 행위의식’이라는 뜻으로 ‘풍물굿’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이러한 풍물놀이는 지역에 따라 악기편성, 장단, 진법 등에 차이가 있으며, 특히 가락에 따라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웃다리풍물과 아랫다리풍물로 크게 나뉩니다.
꽹과리, 징, 장고, 북, 소고 등의 타악기와 가락을 담당하는 태평소가 풍물의 구성원입니다. 그 중에 두드릴 때 마다 원초적인 소리를 터뜨려 우리의 얼과 몸을 우주와 하나 되게 만드는 악기들인 장고, 북, 징, 꽹과리는 ‘사물놀이’의 멤버로 그 유명한 정도가 보통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물(四物)이라는 어휘는 원래 불전사물(佛殿四物)의 다른 말이며, 자비로운 부처님의 음성을 사바세계에 들려주는 범종(梵鐘), 법고(法鼓), 운판(雲版), 목어(木魚) 등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이 ‘사물’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사물놀이’라는 이름은 1978년 남사당의 후예 김용배, 김덕수 등이 풍물가락을 네 개의 타악기로 새롭게 재해석하면서 붙여졌습니다. 이제 ‘사물놀이’라는 새로운 갈래는 우리 전통음악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하였습니다. 천둥소리를 머금은 꽹과리, 빗소리를 내는 장고, 구름소리를 담은 북, 바람소리를 풀어내는 징. 이들 모두는 소리 너머의 소리를 품고 있습니다.
허나, 삼국시대 이전부터 전해오며 우리의 삶 속에 무르녹아 있던 풍물놀이가 무대 위의 ‘사물놀이’나 연희(演戱)를 목적으로 하는 풍물인 ‘판굿’에만 갇혀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동리(洞里)의 안녕을 빌고, 각 가정의 건강을 축원하며, 힘든 농사일에 신명을 보태던 그 놀이는 벌써 사라졌거나 혹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로 “이제는 농사짓는 사람도 인간문화재 대접을 해야 혀”라고 하던데, 농촌이 사라져 가니 그 정겹던 풍물놀이도 박제(剝製)되는 것인가요? 어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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