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디를 "너무 미안해서..."라고 뗀 뒤 이승엽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서 이진영(SK)에게 일단 인터뷰를 양보한 뒤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그동안의 지독한 부진을 떨쳐버린 홈런이라 더욱 감격적이었다. 앞선 본선 6경기에서 이승엽은 1할3푼6리(22타수 3안타) 무홈런 2타점에 그쳤다. 이날 경기에서도 앞선 3타석에서 삼진 2개와 병살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팀이 승리를 간절하게 원하는 상황에서 결국 해결사의 역할을 해냈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팀의 믿음에 보답했다.
경기 후 이승엽은 "팀의 4번타자인데 부진해서 너무 미안했어요. 후배들에게 정말 중요한 경기인데..."라며 울먹였다. 그러나 "이 홈런 하나로 부진을 만회한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며 그동안 마음고생을 훌훌 털었다.
8회 홈런에 대해선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큰 것보다 안타 하나를 날리려고 했다"면서 "1, 2루 간이 비어서 노리려고 했는데 나도 어떻게 친지 모르겠다"고 회상했다.
지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일본전에서도 이승엽은 1-2로 뒤진 8회 결승홈런을 뽑아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승엽은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줬고 나 혼자 친 게 아니라 벤치나 한국팬들의 응원이 전달된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남은 결승전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이승엽은 "당연히 목표는 금메달이다. 저보다 많은 후배들이 너무 잘 해줘 좋은 결과 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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