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대행서비스는 주로 전문사이트나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성행하고 있지만 웃어넘기기엔 다소 씁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방학숙제부터 각종 역할 `대행`=최근에는 개학과 추석을 앞두고 방학숙제나 벌초대행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개학을 코 앞에 두고 과거 단순히 부모들이 숙제를 도와주는 수준에서 벗어나 아예 돈을 주고 숙제를 해결하는 웃지 못 할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 독후감이나 만들기 같은 방학숙제를 대행해주는 사이트나 인터넷 카페만해도 수십개에 달한다.
심지어는 초·중등 학생의 숙제 대행 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졸업작품까지 대행해주는 곳도 있다. ‘졸업작품전문가` 등의 이름을 내건 인터넷 카페에는 ‘기계·전기·제어 등 모든 분야의 졸업작품을 만들어 준다`는 식의 글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몇 년전부터는 벌초대행 서비스도 등장하면서 정성스레 조상의 묘를 돌보던 명절 앞 표정도 옛 말이 되가고 있다.
이별대행이나 각종 역할 대행 같은 드라마 속에나 등장할 법한 이색 대행서비스도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죽는 것 빼곤 뭐든 대신해 준다`는 이들 역할 대행사이트는 결혼식 하객에서부터 부모대행, 맞선대행 등 안되는게 없고,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애인대행, 구매대행 등 부작용=이런 대행사이트들이 성행하면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이별 및 복수 대행이나 하객대행 같은 경우는 ‘애교`로 봐 넘길 수 있지만 애인대행을 내세운 많은 역할대행사이트가 성매매에 이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애인대행 사이트를 통해 만난 뒤 10~20만원 정도의 돈을 주고 은밀하게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인터넷에서는 역할 대행사이트에 등록했다 성매매를 제안 받았다는 글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는 애인대행 사이트가 청소년 성매매를 유발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포털사이트에 검색 제한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외 상품을 구입해주는 구매 대행사이트도 유통이 금지된 약품이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컴퓨터 게임 등을 마구 유통시키면서 문제를 낳고 있다.
물품 유통이야 그나마 단속이 가능하지만 역할대행 사이트를 통해 은밀히 이뤄지는 성매매는 사실상 단속도 불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대놓고 성매매를 알선한다면 당연히 처벌이 가능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만남을 갖은 뒤 이뤄지는 성매매는 현실적으로 단속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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