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룡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 |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소위 좋은 고등학교라 함은 서울에 소재한 몇몇 대학에 몇 명의 학생이 합격하였느냐에 따라 평가되는 서글픈 현실에서, 사교육이나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였던 충남 지역고등학교들은 예전에 가졌던 그 이름값을 다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기숙형 고등학교는 교육여건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학교를 집중 육성하여 우수인재가 대도시로 유출됨을 막고, 밀도 높은 교육을 제공하여 인재의 산실로 재탄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또한 학생들에게 공동생활을 통한 자기절제력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게 될 것이며, 학부모에게는 사교육 부담이나 원거리 교통비 부담 등을 감소시키는 등 그 부수적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과 기대는 번듯한 기숙사 건물만 마련한다고 이루어질 수 없으며, 오히려 학생들의 방과 후 프로그램을 얼마나 밀도 있게 또 다양하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라질 것이다. 즉 학습능력 향상뿐 만 아니라 각 개인의 특기와 적성 신장, 인성 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학교마다의 독창적인 운영 방안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기숙사생 역시 성적 우수학생만을 선발하지 말고 원거리 학생 등 기숙을 원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여 ‘기숙형 학원’으로의 전락을 피해야 한다. 물론 우수학생과 부진학생들이 혼재할 경우 운영상의 문제점들이 예상되나, 이 또한 방과후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함으로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숙사 학교는 학생에 대한 ‘돌봄(care)’까지 맡게 되며, 즉 학생의 잠자리, 상담, 자기 통제 등 전반적인 생활관리 까지 학교의 역할이 확대된다. 이는 학교장이나 교사만으로 담당하기 어려우며, 적정한 사감을 채용하여 전문적인 돌봄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몇 개 학교를 그룹화하여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그리고 금년도에 기숙형 고등학교로 선정되지 못한 지역내 다른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 대해서도 향후 지원책을 제시하고, 그 밖의 교육여건개선 사업을 추진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주변학교들과 기숙사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기숙시설을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8개교의 연간 사생당 평균 기숙사비가 약 260만으로 계획되어 있는 데, 이는 농산어촌 가정에게는 매우 큰 부담될 것이며 따라서 그 지원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각 시`도의 계획을 살펴보면 많은 지자체가 지역학교의 육성을 위해 기숙사 경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그밖에 동창회와 지역 산업체 등에서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인천시의 경우 ‘기숙형공립학교 교육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기숙사 운영을 위한 기본경비를 지자체가 안정적으로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 지역의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다.
이처럼 기숙형 고등학교 사업은 단순히 지역 거점학교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에 직접적으로 연관됨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청이나 학교뿐 만아니라 학부모, 동문, 지역사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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