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희 보령 대천여중 교사 |
“미술부만 너무 수행평가 잘 주는 것 같아서 싫어요.”
“수업은 정말 좋지만 선생님의 잘난 척은 감당하기 어렵다.”
본교의 ‘2008학년도 교원능력개발평가 선도시범학교’운영에 있어, 지난 6월에 온라인으로 실시한 학생 설문조사에서 수업을 맡은 아이들이 나에게 던진 말이다.
처음 그 말을 접하는 순간,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지도한 3학년 녀석들의 아우성이, 컴퓨터 화면 위에서 서울 광화문의 촛불처럼 빨갛게 타오르는 듯한 착시 현상까지 느껴져 무척 참담하였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동료 교사들에게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며 아이들의 괘씸함을 토로하자 1, 2학년에 비해 머리가 큰 3학년들의 평가가 대체로 부정적이라며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아이들로부터 상처를 입은 듯 했다.
나의 뇌 깊숙이 각인된 아이들의 진한 혹평(?)이 점점 퇴색해져갈 즈음 나의 22년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니, 아이들이 쏟아낸 말들이 전적으로 나를 폄훼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수업시간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너무 윽박지른 것은 아닌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말로 상처를 주어 아이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는지, 고정된 잣대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모범생의 범주에만 귀속시키려 아이들을 채근해온 것은 아닌지….
또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실험 결과를 거울삼아, 나도 이제부터 칭찬을 많이 해주고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칭찬받지 못하는 아이는 칭찬받는 아이를 편애한다고 또 질투하려나?
“얘들아, 나도 할 말 많거든. 수업시간 태도 바르고, 청소 잘하고, 인사 잘하는 사람 예뻐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 안 예뻐 하는 것도 편애니? 그리고, 미술부만 점수 잘 준다고? 너희들이 다른 교과 열심히 하는 동안 미술반 애들은 미술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니까 당연히 잘 하는 것 아니겠니? 하지만 미술반도 잘 못하는 항목은 점수 깎았거든! 또, 선생님이 전국에서 미술 제일 잘 가르친다고 잘난 척 한 거, 그건 너희들에게 자긍심을 주기 위해서였어. 그리고 선생님이 몸매 자랑한 거 그건 정말 농담이었단 말이야.”
“선생님! 킹왕짱이에요!, 수업 재밌어요.”
“평소 수업에 열심히 임해주셔서 수업시간에 집중을 잘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작품을 많이 보여주셔서 안목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말 써준 사람 누구누군지 정말 궁금하다. 수행평가 만점 주고 싶거든!(?) 이 거짓말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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