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푸른숲 |
공지영씨는 <반갑다 논리야>로 유명세를 탔던 모 작가와 첫 번째 결혼에서 실패하고, 세 번의 이혼을 경험한 여자의 인생으로 보면 험난한 삶을 살아왔다. 그 이유는 이 책을 보면 상세히 나와 있고, 남자의 입장에서 봐도 이혼한 사유에 대해서는 공감이 간다. 그녀는 이 책을 누군가 ‘새로운 의미의 가족’에 대해 작가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수필로 써달라고 요청한 것이 시작이 되어 ‘싱글맘으로 성(姓)씨가 다른 세 아이를 키우면서 스스로에 대한 주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작가에게 그것은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의 말미에 이 소설의 내용은 자신의 실제 가정사를 토대로 한 허구임을 밝히고 있지만, 다른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의 내용들이 대부분 실제임을 밝힌바 있다.
작가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쓴 수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이미 출간되어 베스트에 올라있다.
“한해 이혼하는 부부는 12만~16만 쌍. 이혼자 10쌍 중 6쌍은 아이가 있는 가정, 이혼 가정 아이들은 2006년에도 12만 명 이상”이라는 통계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가족의 현실을 보여준다. 여기에 “2005년도 한 해 결혼한 재혼 부부(남녀 중 한쪽 또는 양쪽이 재혼인 경우)만 해도 7만 9600건”이라는 통계청의 자료는 작가 공지영의 가정만이 유독 특별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지영의 붓이 자신의 가족사를 더듬어 가족해체시대의 가족의 의미를 그리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작가 자신이 연재를 시작하며 했던 한 인터뷰에서 “어떤 작가가 당대에 각광 받는 건 작가의 은밀한 운명이 시대의 운명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던 토마스 만을 인용하며, “내가 겪은 개인적 상처도 시대와 맞닿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은 이 소설이 자신의 사생활을 소설화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고집스럽게 견지해왔던 “시대와의 공감”의 새로운 시도로 읽어야 할 것이다.
≪즐거운 나의 집≫은 열여덟 살 주인공 위녕이, 고 삼이 되기 전 십대의 마지막을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함께 보내겠다며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버지와 새엄마의 집에서 떠나 B시로 거처를 옮기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새로 자리 잡은 엄마의 집에서 여섯 번의 계절이 변하는 동안 위녕은 새로운 가족(외가 식구들과 형제)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존재(고양이 코코)와 동생 둥빈 아빠의 죽음을 맞기도 한다. 또한 엄마의 새 남자친구를 만나고 또래 친구를 통해 평범한 가족이라는 환상을 깨기도 한다. 무엇보다 위녕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치유하며 엄마의 부재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정체성과 함께 가족의 의미를 되찾는 이야기다.
작가는 ≪즐거운 나의 집≫을 통해서 새로운 시대의 가족의 의미를 이렇게 새긴다.
…… 혹시, 아무 생각도 없는 거, 그게 좋은 가정이라는 게 아닐까, 그냥 밥 먹고, 자고, 가끔 외식하고 가끔 같이 텔레비보고, 가끔 싸우고, 더러 지긋지긋해하다가 또 화해하고, 그런 거……. 누가 그러더라구, 집은 산악인으로 말하자면 베이스캠프라고 말이야. 튼튼하게 잘 있어야 하지만, 그게 목적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게 흔들거리면 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없고,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떠나는 곳, 그게 집이라고. 하지만 목적 그 자체는 아니라고,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서 결코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 삶은 충분히 비바람 치니까, 그럴 때 돌아와 쉴 만큼은 튼튼해야 한다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 필요한 것
넌 소중한 사람이야. 너를 용서해. 그리고 너를 사랑해
이 책에서 주는 진정한 의미를 절대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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