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지난 16일 오전 2시께 중구 태평동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잠을 자던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화재 직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지만 순식간에 불이 번진데다 화재 현장이 매연으로 뒤덮이면서 진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불로 지하주차장 소방시설에 대한 허술한 관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지하주차장에는 스프링쿨러와 경보기 등 소방시설이 설치돼 있었지만 불이 급속도로 번져 나간 점으로 미뤄 제때 작동했는지 여부는 미지수다. 경찰과 소방당국도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 자체적으로 시행하도록 돼 있는 허술한 소방점검이 이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스프링쿨러 등 소화설비와 경보설비 및 소화활동 설비 등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방시설에 관한 점검은 면적이 5000㎡ 이상이면서 16층 이상 규모인 경우에만 자체적으로 소방점검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년 1회 실시한 뒤 소방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데 그치고 있다.
대전의 경우 이 기준에 해당하는 아파트는 123개소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오래되거나 영세한 아파트의 경우 화재에는 더 취약할 가능성이 높지만 자체적으로 점검을 실시한 뒤 서류만 갖춰 놓으면 된다.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형식적인 점검에 그칠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대부분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제연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화재에서 확인된 것처럼 밀폐된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발생시 매연으로 인해 질식사와 진화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제연설비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관련법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경우 특별피난계단 등 일부 시설의 설치만이 의무화돼 있을 뿐 실제 유독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닥트시설 등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대전시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점검 보고 대상이 아닌 아파트는 특별점검 등을 통해 소방점검 실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화재 진압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지하주차장에 제연설비 설치 기준이 미흡한 것은 법적으로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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