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한줄 500원에 파는 할머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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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한줄 500원에 파는 할머니의 비밀

-10년째 중앙시장 명물

  • 승인 2008-08-18 00:00
  • 신문게재 2008-08-19 22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오전 11시 30분 대전 중앙시장 통로.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여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사람들이 기다리는 사람은 10년째 어김없이 이 시간이면 손수레에 산더미 같은 김밥을 짊어지고 오는 김밥 할머니 김문자(69)씨.

10년째 같은 자리에서 물가인상 소식에 아랑곳 하지 않고 1000원에 2줄, 500원 이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김밥을 팔고 있다.

김 할머니는 중앙시장에서 유명인사다.
장사를 하는 장사꾼들과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김 할머니 손수레 김밥을 안 먹고 지나치는 경우가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바로 인근에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을 판매하는 분식집들이 즐비하지만 메뉴는 김밥 단 한가지인 김 할머니 김밥집은 수 십명의 손님들로 늘 만원이다.

1000원이면 김밥 2줄에 서비스로 내놓는 시원한 얼음동동 미숫가루까지 한상이 푸짐하다.

김밥의 속 재료는 햄과 양념 오뎅, 단무지.

초라한 속재료 이지만 환상적인 맛을 내는 덕분에 손님들 사이에서 ‘마약김밥’으로 유명하다. 어린 학생들부터 주부, 할아버지, 택시운전기사들까지 할머니 김밥을 찾는 손님은 다양하다.

비결을 물었다.
김 할머니는 “다른 것은 없다. 좋은 쌀과 좋은 김, 정성으로 김밥을 만드는 것이 비결인 것 같다”고 말한다.

다른 김밥집들이 중국산 쌀을 사용하고 1000원을 받아도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해 고사하고 있지만, 할머니 손수레 김밥집은 국산쌀과 재료를 사용하고도 10년전 가격인 500원을 유지하고 있다.

10년 사이 물가는 3배가 넘게 뛰어올랐지만, 값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이익은 남지 않아도 1000원에 배부르게 먹고 가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면 그 모습이 행복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1000원으로 배를 채우고 가는 어려운 이웃들을 봐서라도 쉬지않고 500원 김밥을 말고 있다는 것.

김할머니가 하루 판매하는 김밥은 400~500줄. 이렇게 많은 양의 김밥은 단 3시간이면 말끔하게 동이 난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남는게 없어도 웃으면서 식사하시는 손님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하는 김 할머니의 김밥은 일반 김밥이 아닌 봉사 김밥이다.

새벽부터 정성스레 만들어온 김밥을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는 김 할머니는 “마음이 항상 부자”라고 표현한다.

중앙시장의 비둘기들까지 김 할머니가 나오면 푸짐한 식사를 한다. 얼굴에 행복함이 떠나지 않는 김 할머니야말로 진정한 부자가 아닐까?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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