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신부-한국신랑 나이차 평균 16세…‘소통의 벽’

베트남신부-한국신랑 나이차 평균 16세…‘소통의 벽’

  • 승인 2008-08-14 00:00
  • 신문게재 2008-08-15 14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후인마이의 편지>
남편에게
나는 지금 너무 슬프다.
나는 한국에 올 때 한국생활 몰랐다.
나는 당신이 밖에서 오늘은 무슨 일, 무슨 음식 먹어, 몸이 건강한지, 밤에 잠잘 자는지 물어보고 싶다. 당신 나에게 여러 일들을 가르쳐주면 좋겠다. 내가 여러 가지 일 잘하면 남편이 기분 좋아. 나는 이것을 원한다. 그런데 당신은 왜 나에게 무관심해.
나의 꿈은 한국에 와서 행복한 가족, 남편과 이야기하고 슬플 때, 기분이 좋을 때, 어려울 때 남편이 이해해주고 의논하고 싶다. 그런데 무슨 일이 조금만 있어도 기분이 안 좋으면 이혼하자, 이것은 안 된다. 다른 사람들처럼 여자 인생에서 결혼은 큰일이다. (중략)
나중에 나는 좋은 삶을 원한다. 나는 한국에 와서 당신에게 이야기 많이 하고 싶지만 그런데 갑자기 안 된다. 하느님은 나에게 장난치고 있다.


▲ 베트남 호찌민 영사관내에 부착돼 있는 베트남 이주 여성 관련 기사 게시판.
▲ 베트남 호찌민 영사관내에 부착돼 있는 베트남 이주 여성 관련 기사 게시판.
지난해 6월 천안시 문화동 3-14 지하 1층에서 베트남 여성 후인마이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열아홉살 베트남 신부가 마흔 여덟살 한국남편에게 폭행당해 갈비뼈가 18개 골절된 채 사망에 이르게 된 이 사건은 결혼 이주여성들의 슬픈 현주소를 보게 한다.

남편 장모씨는 결혼정보업체에 약 900만원을 지급하고 베트남 호치민에서 만난 후인마이를 데려왔지만 자신이 꿈꾸어오던 결혼생활이 아니라서 늘 불만을 품고 있었다. 후인마이는 평소에 남편에게 자주 돈을 달라고 했고 남편은 언론매체를 통해 국제결혼여성들이 자주 도망간다는 내용을 들어 아내가 도망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속에 일체 아내를 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다.

한국어가 서툰 후인마이는 남편과 깊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고 서로간 오해와 불신이 점점 깊어가는 상태에서 남편은 아내의 도주를 의심하던 순간, 우발적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

이 사건에서 보듯이 결혼정보업체에서는 한국 남자에 관한 현재의 경제형편, 가족관계, 직업 등에 관해 충분히 설명을 해주고, 그에 따라 자신이 한국에 와서 생활할 환경을 파악한후 다음 결혼 여부를 선택하게 해야 함에도 그러한 설명 없이 만난 첫날 결혼을 하도록 함으로써 남편될 사람의 환경을 전혀 알지 못하고 오게 된다.

막연히 한국에 가면 잘 살고 돈을 많이 번다는 환상을 갖고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은 자신이 꿈꾸던 이상과는 거리가 먼 현실에 절망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후인마이 사건의 국선변호를 맡았던 최권주 변호사는 지난 6월20일 아드리아호텔에서 열렸던 다문화취재 워크숍에서 후인마이사건을 분석한 뒤 "한국 남성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외국인과 결혼하는 한국 남성은 대부분 교육 수준이 낮고 생활 형편이 여의치 못해 외국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라며 "이주여성이 한국에서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국제결혼하는 남성에게 반드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으로 시집 온 외국여성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며 "한국의 가정 문화에 대해, 한국인 남편들이 바라는 아내상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변호사는 다문화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의 해결 방법으로 행복한 다문화가정의 사례 등에 관해 비디오나 CD를 제작해 간접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베트남 여성 투하씨는 스무살에 마흔일곱살된 한국남자와 결혼했다. 남편이 이혼한 남자인 것을 알고 결혼했는데 스물한살에 첫딸을 낳고 보니 아이가 안보였다. 남편이 전 부인에게 준 것이다. 석 달만에 또 임신을 해서 둘째 아이를 낳았는데 남편이 이혼을 요구했다. 이혼후 남편은 20일만에 전 처와 다시 결혼했고 전화번호를 바꾼 뒤 이사해 버렸다. 투하씨는 완전히 씨받이로 이용당한 것이다.

한국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들은 상습적인 아내 구타와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가족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10%가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심한 구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폭력 원인은 의처증이 대부분이다. 생활기반이 약하고 나이 차이가 많다보니 젊은 아내들에게 위기감을 느낀 남편들이 폭력을 휘두르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베트남 여성 이민자의 경우 남편과 평균 연령차가 16세다. 이들의 의처증에는 자기 부인이 돈을 목적으로 한국에 왔기에 언젠가는 도망갈 것이라는 의혹이 깔려 있다.

이주 여성들이 힘들어하는 것중 하나가 인격적인 모독이다. 자신이 결혼하기 위해서 든 비용 때문에 남편은 아내를 배우자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돈 주고 사온 소유물같이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툭하면 ‘나가라’고 하거나 남편이 가하는 성적 학대에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다.

구타보다 더 무서운 폭력은 남편이 아내를 유기하는 경우다. 이혼을 종용당해 이혼할 경우 결혼사유가 해소되어 강제출국대상이 된다.

이 외에도 술 먹고 괴롭히거나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처음 여성결혼이민자들이 결혼해서 한국에 들어올때는 국적이 취득될때까지 취업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결혼 가정의 생활이 너무 어려워 법무부가 2006년 여성결혼자의 취업을 허용했다. 이것이 여성을 착취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남편들이 자기는 놀면서 부인보고 돈을 벌어오라고 내몰고, 그 돈을 갈취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남편과 헤어질 경우 그 여성은 한국에 체류할 수 없게 된다. /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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