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하롱베이에서 만난 이주여성 마이씨의 부모 레반또이씨와 함팅아씨가 공동취재단과 함께 딸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딸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
지난 달 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4시간 가량 떨어진 하롱베이에서 만난 결혼이주여성 마이씨 어머니 함팅아씨(49)가 이렇게 말하며 공동취재단에게 딸 사진을 보여줬다.
베트남에서의 한류열풍은 대단하다. 최고 인기 한국 연예인은 가수 ‘비`다. 하노이에는 ‘비의 거리`가 있을 정도다. 어느 시골집에 가더라도 집의 벽에는 김희선, 이영애, 송혜교 등 한국 여배우들 사진이 붙어있는게 예사다.
마이씨(20)는 현재 전남 순천시 상서면 쌍지리 어은마을에서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니는 남편 서대태씨(38)와 다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이다.
마이씨 아버지 레반또이씨(52)와 어머니 함팅아씨는 기자단 방문에 마이씨 앨범을 꺼내보이며 한국에 돌아가 딸을 만나면 ‘그립고 보고싶다`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마이씨의 부모는 “우리는 마이가 베트남사람이랑 결혼하길 바랐는데 마이는 한국 사람이 좋다고 한국으로 시집가겠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딸의 간청을 들어줬다”고 했다.
지난해 시집간 마이씨는 아기를 낳은 지 한달째인 산모다. 어렸을 때부터 남달리 예쁘고 착하고 성실해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마이씨는 중학교 마친후 어머니를 도와 해산물집에서 일했다. 마이씨의 남편 서대태씨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약 1000여만원의 돈을 들여 친구 소개로 마이씨와 결혼하게 됐다. 서대태씨를 하이퐁에서 만난 레이씨는 한국 영화 등을 매개체로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와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차에 쉽게 결혼에 골인했다.
딸을 시집 보낼 때 부유하지도 않았지만 부족하지도 않았다는 부모에게 딸은 부정기적으로나마 20여만원씩의 용돈을 보내오고 있었다.
딸이 보고 싶을 때는 결혼 DVD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서 그리움을 달랜다는 부모는 1주일에 한두번씩 딸과 전화통화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딸이 한국으로 시집간다고 했을 때 이웃들의 반응에 대해 묻자 “어느 나라 사람이든 좋아서 결혼하면 아무 상관없다는 관념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들 부모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많은 말은 할 수 없지만 사위가 착하고 성실해서 좋다”며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아서 안심하고 있다”고 했다.
사위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특별하게 바라는 점은 없고 딸이랑 손녀랑 잘 챙겨주면서 계속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딸이 결혼하기 전의 한국과 결혼 후의 한국이 달라진 이미지가 있는가란 질문에는 “한국에 대해 특별한 인상은 없었지만 딸이 시집간 이후에는 신문, 방송에서 한국에 대해 유심히 듣고 보면서 베트남과 비슷한 역사 과정을 거친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하고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만약 딸이 하나 더 있으면 한국에 시집보낼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너무나 그립기 때문에 주위에서 한국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잘못 권했다가 힘들게 살면 미안해서 권하지는 못하겠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처가를 다녀간 사위는 베트남 말을 전혀 못해도 어른을 좋아하고 공경하려는 모습을 보여줘 문화적 차이를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는 부모는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어른 공경하는 풍토는 마찬가지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한국에 대한 사전교육에 대해 묻자 “딸이 시집 가기 전 하노이에서 석달 동안 한국예절과 요리법을 배웠다”고 했다.
순천 남부교회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는 마이씨는 기자단의 노트북 영상물을 통해 “행복하게 있으니까 엄마,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인사했고,언니들에게는 “사랑해요”라며 안부를 전했다.
마이씨가 낳은 딸인 외손녀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며 감격에 겨워하던 마이씨 부모는 사위가 영상을 통해 “장인, 장모님, 내년에 애기 데리고 온 가족이 찾아뵙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눈시울을 붉혔다.
마이씨가 막내여서 그런지 “멀리 가 있으니 더 보고 싶다”는 부모는 “막내딸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했다.
딸도 보고 싶고 한국여행도 하고 싶지만 조건이 안돼 가지 못하는 부모는 언젠가는 한국땅을 밟을 날이 올 것이라 희망하며 노트북 동영상속의 딸을 계속 쓰다듬고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 과자, 딸이 베트남에 있을때 제일 좋아했던 과자거든요. 한국에 가시면 꼭 좀 전해주실래요?"
마이씨 어머니가 커다란 과자 상자를 내놓으며 간절히 부탁했다. /베트남 하롱베이에서 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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