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적응하며 살고있는 딸 자랑스러워”

“잘 적응하며 살고있는 딸 자랑스러워”

● 베트남 ‘틴티보프’씨 네

  • 승인 2008-08-14 00:00
  • 신문게재 2008-08-15 14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집안 일 잘돕던 효녀… 사진보며 그리움 달래
“결혼 후 한번도 못본 딸 꼭 친정 방문 했으면”


▲ 틴티보프씨 가족들이 사진첩을 보며 그리운 딸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 틴티보프씨 가족들이 사진첩을 보며 그리운 딸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방퐁 지역의 틴티보프씨(29) 친정집을 찾아간 것은 무더위와 습기로 숨이 턱턱 막히던 지난 7월5일 오후다.

한국보다 훨씬 더 무더운 나라인 만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곳이다.
틴티보프씨네 친정집은 한국의 70년대를 연상시킬 만한 시골 밭길의 끝언저리에 있었다. 취재기자단의 방문에 온 동네 마을 사람들이 다 나와 반겨주었다.

홍삼캔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캔디를 선물하며 보고 싶고 그리운 딸의 영상을 보여주니 한국기자단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결혼 정보업체에 결혼 서류준비와 알선중재비 명목으로 3000달러를 주고 경남 양산으로 시집가게 된 틴티보프씨는 한국으로 시집 오기 전 집안에서 농사 일을 도왔고 한국으로 시집가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고 했다.

보프씨는 300만원의 빚을 지면서까지 한국으로 시집을 왔고 매달 일정액을 친정에 보내 지금은 빚을 거의 청산한 상태다. 그러나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어머니와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언니를 생각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그녀다. 더군다나 오래전 교통사고를 당했던 그녀를 돌보기 위해 대학을 포기한 남동생에 대해 진 마음의 빚은 늘 그녀를 옥죄이는 굴레였다.

동생들과 가정을 위해서 헌신하고자 하는 의미로 한국에 시집 간 보프씨에 대해 부모가 느끼는 애틋함은 각별했다.

“전화가 몇 달에 한번씩 오곤 하는데 처음엔 서운했지만 지금은 손녀 기르는 맛에 한국을 좀 잊고 사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많이 보고 싶어요.”

틴티보프씨는 아직 아이를 낳지 않았다. 전처 소생의 아이가 있고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남자에게 시집 보낸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는 보프씨 어머니는 딸이 보고 싶을때마다 사진을 보며 손녀랑 놀아주면서 외로움을 달랜다고 했다

보프씨 친정 마을에는 프랑스와 대만으로 시집간 경우도 있다. 공통점은 사위랑 교류가 없다는 점이다.

취재단이 보프씨 집을 방문했을때 마침 한국의 보프씨로부터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가 걸려왔다.

보프씨가 한국어교실에서 한국어를 너무나 잘 배우고 한국생활에 잘 적응해 살고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보프씨 어머니는 “결혼 후 한 번도 처가에 오지 않았던 사위가 딸과 함께 꼭 한번만이라도 와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어머니는 “가끔 한국 TV 드라마를 보면 한국이 참 잘사는 나라임을 알게 된다”며 “기자단이 취재도 오고 하는 걸 보니 딸이 한국으로 시집 간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딸은 자랄 때 남자친구도 많았고 일찍 일어나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말하는 것을 즐기는 분위기 메이커였다”는 어머니는 “가장 성격이 활발하고 재미있던 딸인데 자주 못만나니 슬프다”고 말했다.

“보프가 아이를 낳아 보내면 당연히 할머니로서 키워줄 생각”이라는 어머니는 베트남 후안마이 사건에 대해 묻자 “어느 곳이든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듯이 한국이든 일본이든 베트남이든 사람 성향이 문제지 나라와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잘라말했다. 베트남에서는 딸이 부모를 봉양하는 일이 흔하다. 모계사회이기 때문에 딸을 선호한다.

보프씨네 집에도 큰 딸이 함께 살고 있었다.
취재단이 보프씨네 집을 떠날? 동구밖 과수원길마냥 푸르게 펼쳐진 논밭길을 따라 나오며 보프씨 언니는 동생이 보고 싶어 눈물을 흘렸다. 애절하고 안타까운 순간이다.

한국에 있던 보프씨 역시 취재단과 동행해 베트남 친정에 오고 싶은 간절한 소원을 이루지 못해 많이 울었다고 했다.

가내수공업으로 가계일을 돕는 보프씨와 구두수선공인 남편(42)이 베트남 친정을 찾게 될 날이 속히 오길 희망하며 발길을 돌리는데 먼 발치에서 보프씨 부모와 언니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아쉬움 속에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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