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우]디지털 민주주의의 지평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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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우]디지털 민주주의의 지평과 책임

[시론]박찬우 대전시 행정부시장

  • 승인 2008-08-13 00:00
  • 신문게재 2008-08-14 21면
  • 박찬우 대전시 행정부시장박찬우 대전시 행정부시장
▲ 박찬우 대전시 행정부시장
▲ 박찬우 대전시 행정부시장
최근 인터넷이 참여와 소통의 새로운 지평을 열면서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트렌드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지식정보화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디지털 민주주의라는 매체의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인터넷은 다수의 개인들이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하고 비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는 정보의 쌍방향성은 신속성, 동시성, 직접성이라는 통로를 통해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여론 공간을 열었다.

그런 반면 건전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벗어난 유언비어와 비방, 욕설이 난무하거나 인권이나 사생활 보호를 외면한 채 일방적인 주장과 공격, 무절제한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비민주적인 역기능이 파생되고 있다. 이러한 역기능은 무차별적인 여론의 쏠림 현상을 낳거나 왜곡된 정보와 과장된 인식을 기반으로 한 집단행동을 확대재생산하는 단초가 되고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플라톤의 『국가론(國家論)』 제7권 중 소크라테스가 말한 비유(比喩)를 인용해 네 가지의 우상(Idola)을 언급하고 있다. 종족` 동굴` 시장` 극장의 우상이 바로 그 것이다.

베이컨은 개개인이 가진 서로 다른 성격, 기질, 교육, 관점 때문에 편견이 생겨나는데 동굴에 갇힌 사람처럼 다른 사람의 세계나 바깥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어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처지에 빠지는 것을 동굴의 우상으로 지칭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서는 수많은 말들이 오가면서 소문과 과장이 끊일 날이 없기 때문에 언어의 혼란이 생겨나게 되며, 이로 인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유니콘이나 용 같은 것을 실제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을 시장의 우상으로 설명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각종 정보와 의견의 홍수 속에는 베이컨이 지적한 동굴이나 시장의 우상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 없지 않다.

온라인 상에서 표현의 자유는 그 본질적 가치나 민주주의의 신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을 통해 파생되고 있는 부정적인 기능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체제나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서 형성되는 여론이 합리적인 논리와 균형 감각을 가져야 된다는 것은 언론의 본질적 가치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인터넷의 역기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얼마 전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실명제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내 놨고, 법무부에서는 사이버 모욕죄 방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인터넷 역기능을 순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사회 윤리적인 차원에서의 인터넷 교육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터넷 여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므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사안에 대해 각계 원로로 구성된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 공론투표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유하고 승복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 볼만한 일이다.

현재 국내 인터넷 이용 인구는 35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인구의 76%가 넘는 수치다.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은 상당 부분 사이버 공간으로 대체됐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민주주의가 자율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명실상부한 유비쿼터스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혜와 노력을 모아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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