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현지 가족 탐방기

결혼이주여성 현지 가족 탐방기

● 태국 ‘진타나’씨 네 “세딸 중에 둘 한국인과 결혼 진심 어린 사위들 덕에 안심”

  • 승인 2008-08-13 00:00
  • 신문게재 2008-08-14 11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사탕수수 농장 운영 ‘중산층’
결혼 반대했지만 지금은 만족
한국서 사는 딸들 자랑스러워


▲ 진타나씨 어머니 라이아씨와 진타나씨 이모가 손녀들과 함께 진타나씨 사진을 보며 진타나씨의 결혼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 진타나씨 어머니 라이아씨와 진타나씨 이모가 손녀들과 함께 진타나씨 사진을 보며 진타나씨의 결혼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에는 결혼을 몹시 반대했지만 지금은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남편 없이 혼자서 세 딸을 키워 이중 큰 딸과 막내 딸을 한국으로 시집보낸 태국 출신 이주여성 진타나씨의 친정어머니 라이아씨(60)를 지난달 1일 태국 방콕 인근 그녀의 집에서 만났다.

무더운 한여름 더위에 숨이 턱턱 막힐 즈음 어렵사리 도착한 라이아씨네 집. 몸이 불편한 친언니와 함께 두 명의 손녀딸을 키우며 시집간 딸들을 그리워하는 라이아씨로부터 딸들 이야기를 들었다.

라이아씨는 한국과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었다.
세 딸 가운데 둘째 딸이 태권도 사범을 직업으로 둔 태국 남성과 결혼한 이후 태권도 관련 행사로 한국을 자주 오가게 되자 형부의 소개로 막내딸 수깐냐씨(29)가 지난 2000년 한국남성에게 시집을 가게 됐다.

대학 3학년때 남편을 만나 1년간 연애후 목포로 시집간 수깐냐 남편 직업은 자동차 엔지니어였다. 현재 3자녀를 두고 살고 있지만 얼마 전 시부모와의 갈등으로 분가하면서 빚이 늘어 친정어머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형편이 많이 어려워 꽃꽂이 일을 도우며 둘이 맞벌이하고 있는데 아이 3명을 키우면서 분가해서 빚갚느라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5년후 큰 딸 진타나씨(33) 역시 둘째 딸 남편의 소개로 한국으로 시집가 경기도 안산을 거쳐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다. 8년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대학을 포기하고 가족을 부양했던 그녀는 시집 역시 세 딸중 가장 늦게 갔다. 현재 두 살된 아들 문헌이와 5개월된 딸 수헌이를 낳고 살고 있는데 지난 6월 그녀는 친정어머니를 한국에 초대했다.

친정어머니는 “남편은 돈 벌고 아내는 애기만 키우면 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며 “더군다나 신랑이 진타나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느끼니 다행스럽고 흐뭇하다”고 했다.

이렇게 세 딸 모두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으니 라이아씨에게 한국은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나라가 됐다.

태국은 모계사회국가이고 딸이 부모를 부양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딸을 더 선호한다.
친정어머니 라이아씨는 세명의 사위에게 “손자들 잘 키우고 잘 살고 부양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태국은 본래 결혼당시 남자가 여자집에 결혼 지참금을 주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는 문화를 갖고 있다”며 “두 딸의 경우 결혼지참금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나라 문화로 봤을때는 매우 성의 없는 결혼을 한 셈이다. 딸들이 친정어머니에게 용돈을 송금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어머니는 두 딸이 잘 살기만 하면 괜찮다고 했다.

친정 어머니 라이아씨는 현재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법 가정 형편이 좋은 편이고 이른바 뼈대 있는 집안이라 처음 막내딸이 결혼할 당시에는 심하게 반대를 했던 그녀다. 태국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남편감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녀는 딸을 설득시키려 했지만 수깐나 남편과 시어머니가 직접 태국까지 방문해 설득하자 지심어린 결혼이라고 판단해 결혼을 승낙했다고 했다.

결혼 당시 진타나씨 아버지는 마을 이장으로, 자식들 교육에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었고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에 친척들 역시 한국남성과의 결혼을 반대했다. 그러나 어머니 라이아씨가 딸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보니 두 딸도 잘 살고 있고, 어른을 섬기는 등 기본적인 문화가 베트남과 한국이 똑같아 안심이 됐다고 한다.

진타나씨의 어머니 라이아씨는 딸들을 한국으로 시집 보낸 뒤 한국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 한국뉴스와 드라마를 보면 태국보다 잘 살고 있는 한국으로 시집간 딸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딸들은 홀로 된 어머니가 안쓰러워 한국에서 같이 살자고 제의했지만 라이아씨 친언니가 몸이 불편한 상황인지라 태국을 떠날 수 없는 그녀다.

라이아씨는 “내가 고향을 지키고 있어야 딸들도 고향이 그리울 때 가끔씩 오지 않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태국 방콕에서 한성일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2.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3.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4.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5.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1.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2.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지어지선을 향해 날마다 새롭게
  3. 대전세종중기청, 경험형 스마트마켓 지원사업 현판식
  4. 충남대총동창회 자랑스러운 충대인상 선정
  5. 천안예술의전당,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