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반대했지만 지금은 만족
한국서 사는 딸들 자랑스러워
▲ 진타나씨 어머니 라이아씨와 진타나씨 이모가 손녀들과 함께 진타나씨 사진을 보며 진타나씨의 결혼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
남편 없이 혼자서 세 딸을 키워 이중 큰 딸과 막내 딸을 한국으로 시집보낸 태국 출신 이주여성 진타나씨의 친정어머니 라이아씨(60)를 지난달 1일 태국 방콕 인근 그녀의 집에서 만났다.
무더운 한여름 더위에 숨이 턱턱 막힐 즈음 어렵사리 도착한 라이아씨네 집. 몸이 불편한 친언니와 함께 두 명의 손녀딸을 키우며 시집간 딸들을 그리워하는 라이아씨로부터 딸들 이야기를 들었다.
라이아씨는 한국과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었다.
세 딸 가운데 둘째 딸이 태권도 사범을 직업으로 둔 태국 남성과 결혼한 이후 태권도 관련 행사로 한국을 자주 오가게 되자 형부의 소개로 막내딸 수깐냐씨(29)가 지난 2000년 한국남성에게 시집을 가게 됐다.
대학 3학년때 남편을 만나 1년간 연애후 목포로 시집간 수깐냐 남편 직업은 자동차 엔지니어였다. 현재 3자녀를 두고 살고 있지만 얼마 전 시부모와의 갈등으로 분가하면서 빚이 늘어 친정어머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형편이 많이 어려워 꽃꽂이 일을 도우며 둘이 맞벌이하고 있는데 아이 3명을 키우면서 분가해서 빚갚느라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5년후 큰 딸 진타나씨(33) 역시 둘째 딸 남편의 소개로 한국으로 시집가 경기도 안산을 거쳐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다. 8년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대학을 포기하고 가족을 부양했던 그녀는 시집 역시 세 딸중 가장 늦게 갔다. 현재 두 살된 아들 문헌이와 5개월된 딸 수헌이를 낳고 살고 있는데 지난 6월 그녀는 친정어머니를 한국에 초대했다.
친정어머니는 “남편은 돈 벌고 아내는 애기만 키우면 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며 “더군다나 신랑이 진타나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것을 느끼니 다행스럽고 흐뭇하다”고 했다.
이렇게 세 딸 모두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으니 라이아씨에게 한국은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나라가 됐다.
태국은 모계사회국가이고 딸이 부모를 부양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딸을 더 선호한다.
친정어머니 라이아씨는 세명의 사위에게 “손자들 잘 키우고 잘 살고 부양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태국은 본래 결혼당시 남자가 여자집에 결혼 지참금을 주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는 문화를 갖고 있다”며 “두 딸의 경우 결혼지참금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나라 문화로 봤을때는 매우 성의 없는 결혼을 한 셈이다. 딸들이 친정어머니에게 용돈을 송금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어머니는 두 딸이 잘 살기만 하면 괜찮다고 했다.
친정 어머니 라이아씨는 현재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법 가정 형편이 좋은 편이고 이른바 뼈대 있는 집안이라 처음 막내딸이 결혼할 당시에는 심하게 반대를 했던 그녀다. 태국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남편감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녀는 딸을 설득시키려 했지만 수깐나 남편과 시어머니가 직접 태국까지 방문해 설득하자 지심어린 결혼이라고 판단해 결혼을 승낙했다고 했다.
결혼 당시 진타나씨 아버지는 마을 이장으로, 자식들 교육에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었고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에 친척들 역시 한국남성과의 결혼을 반대했다. 그러나 어머니 라이아씨가 딸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보니 두 딸도 잘 살고 있고, 어른을 섬기는 등 기본적인 문화가 베트남과 한국이 똑같아 안심이 됐다고 한다.
진타나씨의 어머니 라이아씨는 딸들을 한국으로 시집 보낸 뒤 한국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 한국뉴스와 드라마를 보면 태국보다 잘 살고 있는 한국으로 시집간 딸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딸들은 홀로 된 어머니가 안쓰러워 한국에서 같이 살자고 제의했지만 라이아씨 친언니가 몸이 불편한 상황인지라 태국을 떠날 수 없는 그녀다.
라이아씨는 “내가 고향을 지키고 있어야 딸들도 고향이 그리울 때 가끔씩 오지 않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태국 방콕에서 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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