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스포츠와 정치의 함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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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스포츠와 정치의 함수, 올림픽

[시사에세이]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가수원중학교 운영위원장

  • 승인 2008-08-11 00:00
  • 신문게재 2008-08-12 20면
  • 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
▲ 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가수원중학교 운영위원장
▲ 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가수원중학교 운영위원장
지구촌의 축제, 올림픽이 또다시 온 인류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우리와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이웃 나라 중국이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세계의 맹주로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티베트를 비롯한 소수 민족의 독립 문제, 인권 탄압에 대한 서구 열강들의 견제, 쓰촨성에서 발생한 대지진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개막된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나라도 무관하지 않았던 올림픽과의 각별한 인연을 반추해 보고자 한다.

사실 화합과 배려, 승패의 정정당당함을 표방하는 스포츠의 기본 정신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의 순수성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스포츠와 정치의 함의는 그만큼 유서 깊은 것이었다. 이미 고대 로마에서는 정정이 불안하고 민심이 어수선할 때, 종종 스포츠를 이용했다고 한다. 원형 극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검투사들의 결투나 각종 경기를 통해 말초적 승부욕을 자극하여 시선을 분산시키고 단합을 도모하는 데 당대 정치인들에게 이만큼 매력적인 이벤트는 없었을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스포츠에 대한 정치적 이용은 변함 없이 이어진다. 고 손기정 선생의 마라톤 금메달로 유명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히틀러의 정치적 야욕이 극명하게 드러난 대표적 사례이다. 독일과 함께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고 패전국이 되었던 일본이 1964년 올림픽을 치르고 재기하여 세계 경제를 주도하게 된 것이나,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와 같은 경우도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정치적 계산의 일정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우리에게도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치렀던 올림픽이 있었다. 한국인에게 있어 1988년은 눈부신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성공을 이루어 냈던 올림픽이 있었기에 긍지와 자부심으로 기록될 만한 한 해였다. 물론 여기에도 스포츠를 통해 군부 독재의 치부를 잠재우려 했던 권력자의 불순한 정치적 혐의를 부정하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국가적 위상은 더 공고해졌지만 말이다.

이제 21세기로 접어든 지금에도 스포츠를 통한 내셔널리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개최국 중국이 이번 올림픽을 기회로 자국의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적 입지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중화주의를 노골적으로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개막식에서 보여 준 대규모의 통일된 집체 공연은 그들이 전 세계에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가를 여실히 증명해 주지 않는가! 스포츠 패권주의가 위험한 것은 이처럼 자국의 정치적 선전을 대단히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전이시킨다는 데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한 때 엘리트 체육 위주의 승자독식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금메달 하나에도 전 국민이 울고 웃었던 그 때, 추위와 가난 속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며 금메달을 이루어냈다는 선수의 영웅담은 하나의 꿈이자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의 아이콘으로 변질시켰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값진 금메달이, 지친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 매체에서조차 상용되는 ‘아쉽게도 은메달에 그쳤다’는 표현이 이제부터는 사라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역경과 좌절을 딛고 일어난 금메달의 헝그리 정신도 좋지만, 동메달을 따고도 환히 웃으며 승자를 축하해 주고, 패자를 위로해 주는 유연하고 세련된 한국 선수들을 보았으면 한다. 선진 사회로 진입하는 길, 그것은 일사불란한 전체주의나 일등주의가 아니라 다양하게 인정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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