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기 공정거래위원회 대전사무소장 |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고객님~, 당첨을 축하합니다. 10년간 콘도 무료이용권에 당첨되셨습니다” 라는 뻔한 거짓말에 넘어가 판매원이 묻는 대로 신용카드 번호를 고스란히 알려주는 소비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휴가철이라 가족과 함께 어디든 떠나고 싶은 차에 콘도 무료이용권에 당첨되었다니 이 웬 횡재란 말인가.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닷가, 그림 같은 콘도의 전경, 얼굴 가득 미소가 번져있는 이용객들,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생각해보면 그 회사와는 아무런 거래관계도 없고 이벤트에 응모한 적도 없는데 왜 그 회사에서 나에게 수백만 원짜리 콘도를 공짜로 주겠다는 것인지 한번쯤 의심해 볼만도 하지만 일단 공짜는 즐겁고 기분 좋다.
그러니 공짜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말 뒤에 따라붙는 “고객님~ 그런데 공짜로 드리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거든요. 그래서 제세공과금 90만원만 고객님이 내시면 우리가 무료통화권으로 그만큼 보충해 드릴게요. 카드번호 좀 알려주세요”라는 말에 좀 찜찜하긴 하지만 ‘그래도 10년간 공짜라는데 뭐~’ 하며 판매원이 시키는 대로 순순히 카드번호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한 달 쯤 뒤 카드대금청구서에 뜻하지 않은 금액이 청구되어 있는 것을 보고 비로소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근에는 ‘고유가 시대’와 ‘한미 FTA’라는 소재가 상술에 이용되면서 공짜마케팅도 점점 진화해가고 있다.
기름값이 나날이 치솟자 농촌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연료절감기를 팔아먹는 악덕상술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한적한 도로변에서 마치 매연단속반처럼 가장을 하고 지나가는 차량을 불러세운 뒤 차량을 무상점검해 준다며 접근하여 효능검증이 안 된 연료절감기를 턱없이 비싼 값에 팔아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무료통화권 제공’, ‘사은행사’, ‘특가판매’, ‘정부보조금 지급’, ‘무상 서비스’ 등 갖은 거짓말을 동원한다고 한다.
대상이 만만하다 싶으면 “올해부터는 매연방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며 있지도 않은 법과 제도를 들먹이며 팔아먹기도 한다. 설치확인서에 사인을 해준 며칠 후 80만원이 넘는 돈이 청구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미 FTA로 어렵게 된 우리 농촌을 돕기위해 농협에서 나왔다며 우리 농산물인 홍삼을 공짜로 줄 테니 먹어보고 홍보만 해주면 된다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농산물이 나오면 보내줄 테니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줬는데 며칠 후 수십만 원의 홍삼대금이 고스란히 청구되었다는 피해사례도 접수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생각이 없어서라고 치부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멀쩡한 사람도 한순간에 혼을 빼는 감언이설의 재주(?)를 가졌기 때문이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좋지 않아 가뜩이나 어려운데 단번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날아가 버린다면 얼마나 속이 쓰리겠는가. 금전적 손실만이 아니다.
이로 인해 심각한 가정불화를 겪고 있다면서 신속한 피해구제를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않게 볼 수 있다.
사후에 어렵사리 분쟁조정을 통해 환불을 받게 되는 경우에도 일정부분 금전적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시간낭비와 정신적 고통은 계산할 수도 없다.
사기적이고 기만적인 상술로 인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 똑똑해져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것만이 금쪽같은 내 살림, 내 가정을 지키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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