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둔산동 식당가를 걸어가는 데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몸쪽으로 직접 닿아 자칫하면 화상을 입을 뻔했다”며 “업주에게 항의하자 실외기 설치기준을 맞추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궤변만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무더운 여름철, 식당가의 에어컨 사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인도 위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실외기가 정상적으로 설치됐는지를 감독해야 할 행정당국은 자진 정비만 유도할 뿐 사실상 지도 및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10일 각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본격 시행된 ‘건축물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상업지역 및 주거지역에 설치하는 에어컨 실외기는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또 배기장치에서 나오는 열기가 보행자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지자체가 업주에게 이행 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시행 4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지역 식당가 등에는 이 같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실제 서구 둔산동 식당밀집 지역에는 도로면으로부터 2m 이하에 실외기를 설치했거나 통풍구가 인도를 향해 설치돼 있어 뜨거운 열기에 보행자가 고스란히 노출된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실외기가 내뿜는 뜨거운 바람을 피해 보행자가 도로로 들어서 자칫 교통사고 위험도 높이고 있다.
원룸 및 주택가도 이 같은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김 모(45)씨는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 실외기 뜨거운 바람이 닿을 경우 불쾌할 뿐더러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고 미관상 보기에도 좋지 않아 정비 및 단속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단속활동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덕구 관계자는 “실외기가 잘못 설치돼 있다는 신고가 가끔 들어오긴 하는 데 그럴 경우 소유주를 상대로 계도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단속건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도 “민원 발생 시 시정조치를 하고 있으나 별도로 집계된 적발건수는 없다”고 말했고 동구청에서도 같은 답변을 했다.
충북 청주시 등 타 지자체가 에어컨 실외기 설치 정비기간을 운영, 적극 계도활동을 펼치거나 별도의 신고센터를 두는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직접 실외기를 설치하는 상인들도 설치기준에 적합토록 하려면 추가 비용 부담이 든다는 이유로 이 같은 규정을 알고도 안 지키는 경우도 다반사다.
결국, 단속을 놓고 있는 지자체와 일부 얌체 상인들 때문에 에어컨 실외기 기준이 있으나 마나 한 규정으로 전락하면서 보행자 안전만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실외기 열기로 인한 보행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인 등에 자진 정비를 유도하는 한편 일제 점검을 하는 등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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