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마땅해 하던 남편 후원자 됐지요
최가선할머니(70)가 그주인공. 할머니는 매5일 마다 열리는 옥천재래시장에 나타나 차가운 보리물로 더위에 지친 시장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할머니는 여름이 시작되는 6월경부터 끝날 무렵 8월말경까지 보리물을 일일이 끊여서 식히고 또 끊여서 식히고 얼음을 만들어 대형냉장고에 넣기를 수차례 20ℓ짜리 큰 통 2개에다 만들어 장날만 되면 보리냉차를 시장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1988년 8월 큰 아들의 군 입대 장소 영천을 함께 가, 아들이 뜨거운 곳에서 훈련을 받을 생각에 오는 내내 울음 바다였다고 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우리 아들이 힘든 만큼 다른 사람들도 힘이 들겠지’ 하는 생각에 8월5일 옥천장에 보리 냉차를 상인들과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나눠 준 것이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녀의 장날 스케줄을 모든 준비를 끝낸 오후 1시부터 장터를 돌며 물을 나눠주고 사람들과 정겨운 이야기 하면서 오후 4시경이 되서야 끝이 난다고. 그녀는 서울로 시집간 딸네 집을 갔을 때도, 몸이 조금 피곤할 때도, 비가 올때도 20여년 동안, 한번도 장날을 거르지 않고 보리물 선물을 했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매주 월요일, 수요일 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 식당에서 점심때 배식을 하는가 하면, 남편 월급을 아껴서 주위의 이웃들에게 필요한 생필품과 떡, 과일등을 마련해 주곤 한다. 이런 모습에 처음엔 남들에게 다 퍼주는 것에 못마땅하게 여겼던 남편도 이젠 제일 든든한 후원자로 할머니의 보리냉차를 시장까지 운반해주기도 한단다.
지난5일은 할머니가 보리냉차를 전달하는‘여름천사 20주년’을 맞이한 날이기도 하다. 이날 한용택 옥천군수는 할머니의 정성과 따뜻한 마음을 함께 하면서 시장사람들에게 보리냉차를 선물하기도 했다.
여름천사 최 할머니는 “내가 조금 움직여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처럼 기분 좋은게 없어요”라며 “이 일도 내 몸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사람들을 찾아 갈 겁니다”라고 전했다. /옥천=이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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