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만 대전소방본부 예방안전과장 |
마찬가지로 어린이들은 방학을 맞아 폭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함께 물놀이에 흠뻑 빠져있다. 매년 1200여 명의 어린이들이 각종 사고로 사망한다. 그 중 물놀이 사고로 매년 230여 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는다. 특히, 물놀이 사고의 대부분은 여름 휴가철에 집중 발생한다. 누구나 물놀이사고 안전수칙과 대처요령을 알지 못하면 사고는 피할 수 없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무엇보다도 심폐소생술(CPR)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소방관서는 사고로부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생명보험’격인 응급처치법을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연중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은 너무 부족하다. 최근엔 휴대폰에 동영상을 저장해 두어 위급상황시 보고 실행할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 모바일 서비스’제도의 시행으로 실제 응급상황에서 생명을 구한 사례도 있었고, 더욱이 응급환자의 초기 대응력을 높여 일반시민에게 응급처치능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심폐소생술 처치요령은 먼저 ‘119에 신고 - 기도유지 및 호흡확인 - 인공호흡(2회) - 흉부압박 대 인공호흡(30대2)’순으로 진행된다.
주변에서 심폐소생술을 흔히 ‘5분의 기적’이라고 한다. 이는 심장과 폐가 정지된 환자가 5분 이내의 소생술로 후유증 없이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교통여건 등 사회상황을 고려해 보면, 환자발생에서부터 구급차 도착시간은 평균 7~8분 정도 소요돼, 응급환자가 발생한 경우 구급대원이 5분 내에 CPR로 소생시키는 경우는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정지 환자에 있어 주변인 또는 최초 목격자에 의한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이 절실하며, 5분 이내 CPR을 실시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소생률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조사결과 심정지 환자의 94%가 현장목격자가 있지만 CPR이 실시된 경우는 5~10%로 현격히 낮은 수치로 심폐소생술 교육이 매우 절실한 이유다. 심폐소생술은 결코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초등학교 과정에 심폐소생술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모든 사람들이 평소 익히고 배워 필요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루속히 심폐소생술이 초등교육의 재량활동 또는 보건과목에 정규 편성돼야 한다. 노르웨이와 벨기에의 초등학교는 심폐소생술이 필수과목으로 반드시 이수토록 돼 있으며, 미국의 여러 주(州)에서도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야만 졸업을 하며, 오스트리아나 독일에서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운전면허 시험자격 조건이다.
이처럼 CPR 교육의 제도적 운영 차이에 따라 심정지 환자의 소생률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며, 병원 밖 심정지 환자의 소생률이 미국의 경우 4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5%만이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주변인에 의한 사고현장에 대한 빠른 인식과 조기 심폐소생술 시행이 병원 전 심정지 환자 생존율을 증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백문(百聞)이 불여일행(不如一行)이다. 지금 바로 소방관서에서 실시하는 응급처치교육이나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과정에 등록해 보기 바란다.
심폐소생술을 배워 몸에 익히는 것은 내 가족, 내 이웃과 주변사람들에 사랑을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자칫 건강을 잃기 쉬운 계절이다. 모처럼 만에 기분 좋게 가족들과 물놀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잠시 시간을 내서 온 가족이 함께 심폐소생술 체험의 장에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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