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서 주유소 공장 사장님 되고파”
아들 걱정 어머니, 녹차전달 부탁도
▲ 옹푸씨 아버지 응오까오폭씨와 어머니 부이 빅응엇씨가 사진첩을 들어보이며 미소를 짓고 있다. |
대전의 대화공단에서 타월과 미싱 관련 일을 하는 옹푸씨는 한국에 들어올 때 산업연수생으로 와서 10년이 지난 지금 월 80~90만원을 번다고 했다.
마산에서 일하던 리우씨와 전국 네트워킹을 통해 만나 결혼한 지 4년째. 둘 사이에 태어난 세 살배기 아들은 베트남 하노이의 부모님에게 보냈다.
“육아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불법체류자로 남아 있습니다. 아들이 보고 싶으면 인터넷에 연결해 화상과 음성으로 만납니다.”.
아내 리우씨와 맞벌이하는 그는 연봉 2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고 있고 2년 후엔 귀국해서 주유소 공장을 차릴 계획을 갖고 있다. 옹푸씨는 한국에서 번 돈을 꼬박꼬박 고향에 송금해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도 4층집으로 짓고 주유소를 차릴 땅도 사놓았다. 옹푸씨의 경우 성실함과 부지런함 덕분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웅푸씨는 “한국에 올 때 부모님이 80만원을 주셨고, 브로커에게 1000만원을 줘서 왔기에 빚을 갚아야 한다”며 “취업비자가 3년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빚을 갚고 나면 3년이 지나버린다}고 했다. 옹푸씨가 10년째 이러한 제도 탓에 장기체류할 수밖에 없고 결국 불법체류자로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취재진이 태국에 도착하던 날 하노이로 마중 나온 옹푸씨의 동생 오꽝화씨(28)를 만나 하노이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옹푸씨네 집을 가는 도중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오꽝화씨는 서울, 경기도 광주, 부산, 대전 등의 제조업체에서 7년 동안 일하며 2000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한국에 먼저 간 형 옹푸씨가 불러 지난 2000년 400만원을 갖고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던 오꽝화씨는 한국에서 노는 재미를 붙여 무면허 음주 자동차 운전을 하다 적발돼 추방당한 케이스다. 형 옹푸씨가 열심히 일해 알뜰살뜰 저축하는 동안 동생은 대구, 구미, 광주, 설악산 기차여행은 물론, 나이트클럽도 즐겼다.
마음씨 좋은 사장은 그가 강제추방당할 때 비행기표와 선물까지 챙겨줬다. 그래서 동생은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고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했다. 강제추방당하면 5년동안 재입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꽝화씨는 5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한국에 가면 제주도 여행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옹푸씨네 집에 도착하니 옹푸씨의 송금 덕분에 새로 지었다는 4층짜리 번듯한 양옥집이 취재단을 반겨주었다. 아버지는 퇴역장교 출신이고 누나와 매형들은 각각 군인, 은행원, 선생님, 동사무소 부소장, 검사, 방위산업체 직원 등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 집안임에도 옹푸씨는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체류생활 10년째다.
옹푸씨 아버지 응오까오폭씨(70)는 “아들이 보내준 돈으로 땅도 사고 집도 지을 수 있었다”며 “옹푸 아들인 손자 모황안(3)을 생후 7개월 때부터 우리가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모황안군은 취재단측이 선물한 홍삼캔디를 취재단에게 하나하나 나눠주는 귀여운 꼬마였다.
응오까오폭씨는 아들이 한국에 이주노동자로 간 배경에 대해 “베트남은 경제 발전 초기라서 이제야 문을 여는 단계지만 한국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니 한국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국가에 와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들을 한국에 보냈다는 것.
어머니 부이 빅 응 엇씨(62)는 “아들이 베트남에 돌아오면 친척들을 모두 초청해 성대한 결혼식을 치러주고 싶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이구동성 바라는 점으로 “한국에 있는 아들이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고 와서 고향과 나라를 위해 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은 옹푸씨가 부모님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녹차와 영지버섯을 부모님께 소중히 전해드렸다. 이에 옹푸씨 어머니는 “아들에게 베트남 녹차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부모님과 아들 사이의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뿌듯하고 보람된 일이다.
옹푸씨가 귀국하는 날, 아마 옹푸씨네 온 일가친척이 모여 최고 기쁜 순간의 잔치를 벌이지 않을까 싶다.
옹푸씨처럼 7년째 불법체류자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비자 기간 연장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었다.
최소한 비자 기간을 5년 정도로 연장해줘야 빚도 갚고 돈도 벌 수 있는데 3년은 너무 짧다는 여론이다. 그러나 반대 시선도 있다. 비자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면 아예 귀국하지 않고 우리나라에 눌러 앉아 국적을 취득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불법체류자가 되어도 한국에 오려는 사람이 많다보니 취업비자의 경우 1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면서 온갖 부정, 부패, 비리가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한성일 기자 hansung007@joongd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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