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애숙 한국부동산경매학원 원장 |
경매법원에 출입한지 5년 됐다, 나는 10년 동안 경매했다, 나는 20년 동안 경매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경매 고수일까.
그저 경매를 오래 했다고 고수는 아닐 것이다.
일전에 어떤 임차인을 통해 경매로 낙찰받아 소유자가 된 임대인 사례를 들으면서 과연 경매의 고수는 어떤 사람일까를 고민해봤다.
그 임대인은 경매로 임차인이 사는 집을 경매로 받아 은행융자와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합해 부동산 시세보다 넘치게 금전을 회수한 후 자금을 갖고 큰 금액의 경매물건을 취득했다.
이 물건, 저 물건 공동담보로 잡고 은행을 통해 자금융통하고 이런 식으로 경매물건을 여기저기 취득한 것 같았다. 그렇게 공동담보로 잡았던 모든 물건이 경매로 나온단다. 그 임차인이 세들어 있는 집도 함께.
그 임대인은 자칭 경매의 고수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금융을 잘 이용하고 부동산 권리관계에 대해서 서투른 임차인들을 상대로 자금을 융통해 경매물건을 취득했으므로 스스로 경매의 고수라고 자칭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고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경매의 고수는 여러 번 유찰된 공실 건물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수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고수라고 말해주고 싶다.
신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적은 금액으로 경매물건을 취득해 공실로 널려있는 건물을 되살리는 사람들에게 고수라고 존경을 표하고 싶다.
신도시가 여기저기 개발되면서 택지로 개발된 땅은 물론이고 택지 위에 신축됐던 근린주택과 근린상가가 공실이 많아 몇 년이 지나도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건물이 경매로 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사회 경제적으로 너무 낭비다 싶을 때가 많다. 또 신도시로 도시민들이 이주하면서 구도심이 텅 비어 구도심의 물건이 경매로 나오는 것도 많이 본다.
경매법원에서 매수를 기다리고 있는 물건들 중에서 경매 고수가 콕 찍는 물건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고수가 아닌 초보자들도 흔히 보고 있는 물건 중에서 고수는 어느 시점에 매수를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조사하고 들어간다는 게 경매초보자와 고수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경매에서는 모두가 고수가 되고 싶을 것이다.
처음부터 고수는 없을 테고 끊임없이 나오는 물건을 통해 확실하게 조사하고 경매에 참가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고수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