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모델 도입.동네예보제 시행 계획
최근 몇 주간 주말 기상예보가 제대로 맞은 적이 없다보니 시민들로부터 기상청이 아니라 ‘중계청`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도대체 왜`라는 궁금증이 생길만 하다.
주말을 앞두고 지난 1일 대전지방기상청을 찾았다. 오후 2시 30분께, 기상청이 한창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이다. 오후 5시에 발표되는 다음날 예보를 위해 기상청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담당 예보관이 분석한 예보 방향을 브리핑하고 직원들이 의견을 교환한다. 이렇게 취합된 의견이 예보에 반영되고, 예보관은 오후 3시 전국 기상청 간 화상회의를 거쳐 예보 내용을 최종 결정한다.
매일 매일의 기상예보는 오전과 오후 9시 각각 전 세계에서 취합된 수치예보자료를 입력받아 슈퍼컴퓨터가 그려낸 일기도를 근간으로 이뤄진다. 예보관은 이 일기도와 기상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날 그날의 예보를 발표하게 된다.
여기서 예보가 어긋나는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대전지방기성청 김진배 예보과장은 여름철 예보가 힘든 이유로 우선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을 꼽았다. 여름철 주로 중국에서 형성된 비구름대가 서해안을 지나 국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다량의 수증기를 공급받거나 소멸되기도 하고, 산악 지형 탓에 예상치 못한 소낙성 강수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래된 수치예보모델도 한 몫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1년 일본에서 도입된 수치예보모델을 변형해 사용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최근에 개발된 모델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김진배 과장은 “현재 국내 예보정확도는 84~85% 정도 수준이지만 강수 예측 정확도는 70% 정도여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여름철 예보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며 “동네 예보제가 시행되고, 슈퍼컴퓨터 3호기와 함께 영국식 모델이 도입되면 지금보다 정확도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상예보에 있어 강수량 등에 차이를 보였을 뿐 큰 틀에서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기상청의 입장이지만 시민들의 신뢰도가 떨어짐에 따라 예보관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손태성 예보관은 “예보관들이 4교대 형태로 24시간 기상상황을 분석하고 있는데 사실상 퇴근 후에도 예보가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함에 잠을 자지 못하는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오후 5시 예보를 통해 대전·충남 지역에 주말인 2일 아침부터 비가 올 것으로 예보했다. 그러나 다음날 비는 오후 늦게부터 쏟아졌다. 비구름대가 남쪽에 형성된 고기압에 막혀 남하하는 속도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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