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폭력에 방어 진료가 확산될 수 밖에 없는것 아닌가요(대전의 B 대학병원 교수)."
대전지역에서 지난 6월 이후 잇따른 발생한 병원 안팎의 폭력 행위를 두고 의료소비자인 환자와 공급자인 진료 의사들이 전하는 ‘의료 괴담`이다.
▲병원 내부 안전 관리 소홀=지난달 25일 대전시 서구의 한 정형외과에서 흉기에 찔려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요지는 이 병원에 입원에 있던 환자 임 모(여.35)씨와 임씨의 남편 송모(46)씨, 임씨를 간병하던 양모(41)씨가 흉기에 찔려 이 가운데 임 씨와 양 씨가 숨졌다.
입원실이 4층에 위치해 있어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알지 못했을 정도로 병원 자체 안전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오전 10시가 넘은 상황임에도 누가 어떻게 병실에 들어가는지에 대한 출입 통제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우발적 사고가 아닌 병원 측의 안전 관리 허술이 빚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닥칠 수 있는 사고에 전혀 대비치 않은 병원 측에도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면회객들이 자유롭게 병실을 오가다 보니 환자와 면회객들 사이에서 원한 관계 등이 드러날 경우, 폭력에 속수 무책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폐쇄회로 설치 등을 통해 신원을 확보하고 병실로 입출입하는 면회객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자구책이 요망되고 있다.
▲진료 의사들도 불안=지난달 18일 퇴근길에 대전의 B 종합병원 진료 의사 피살 사건은 치료 결과에 불만을 제기한 환자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드러난 극단적 사례라고 의료계는 보고 있다.
일부 대형병원들은 의료진 보호차원에서 응급실이나 병원 곳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있지만, 그나마 중소병원이나 개원의들은 뚜렷한 대책을 강구할 여력도 못 된다.
대전시 의사회는 이 사건 후 성명서를 통해 의사에게 물리적 접근을 하는 사람은 현장에서 체포하고 진료실의 불만 시비와 모욕, 언어폭력을 행할시 즉결 심판기구에서 담당하도록 복지부 등 정부 당국에 촉구했다.
한 대학 병원 교수는 “환자가 진료결과나 수술결과에 앙심을 품고 의사를 위협하는 경우는 적지 않으나 이들을 상대로 방어할 시스템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진료 의사가 전적으로 환자들의 진료 불만 및 항의를 감내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대전시 의사회의 한 관계자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CCTV와 경호보강을 통해 시스템적인 개선을 이루는 것이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선책이 아닌 차선에 불과하다는 게 우리 의료계의 답답함이다. /오주영 기자 ojy8355@joongd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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