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구]소수의 목소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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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소수의 목소리에 대하여

[금요논단]김병구 변호사.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 승인 2008-07-31 00:00
  • 신문게재 2008-08-01 20면
  • 김병구 변호사.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김병구 변호사.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 김병구 변호사.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 김병구 변호사.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얼마 전 서울의 모 경찰서 소속의 이길준 이경이 휴가 나온 뒤 복귀를 거부하며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동 회견에서 이 이경은 자신은 군대복무를 위하여 의경에 지원했으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명령을 받았으며 촛불집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심한 양심의 가책을 받고 휴가나온 이후 복귀를 거부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촛불집회를 진압하면서 자신의 마음 속의 인간성이 타들어가는 경험을 하였다고도 말했다.

어찌되었든 이 이경의 위와같은 복귀거부는 현행법 위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이 이경의 행위와 관련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헌법적 논쟁을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이 이경의 경우는 엄밀히 보자면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이경은 의경으로서 촛불집회의 진압명령을 거부하였을 뿐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란 자기의 신앙,도덕률, 철학적·정치적 이유 등에 따른 양심상의 결정으로 무기를 휴대한 병역을 거부하거나 전쟁에 직접적 혹은 간접적 참가를 거부하는 것을 말하며 헌법 제1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자신들의 교리에 따라 집총을 거부함에 따라 병역법 제88조 위반의 문제가 발생함으로써 이와 관련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가 다루어져 왔다.

하급심 판례 중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상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입영기피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으나, 우리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입영을 기피하는 것은 병역법 위반으로서 유죄이므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경우에도 예외없이 입영기피로 처벌하는 병역법 제88조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논거는,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는 정신적인 강제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며, 사상의 다원성을 그 뿌리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불가결한 활력소인 바, 형벌을 부과하여 병역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이나 종교에 대한 본질적인 부담을 주는 반면, 징병의 강제를 통한 국가의 이익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강제징집을 하지 않더라도 충족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국가의 법질서가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 함에도 불구하고 형벌을 통해 이들의 징집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며, 대체복무의 기회를 주지 않고 곧바로 형벌을 과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양심적 병역거부를 부정하는 측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헌법상의 권리가 아니라 입법자의 입법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법률상의 권리에 지나지 않고, 대체복무는 사실상의 병역면제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병역의무이행자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야기하며, 우리나라는 세계유일의 분단국가로서 항시적인 무력침공의 위협 속에 놓여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것은 우리의 안보환경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논거를 내세운다.

양 측이 주장하는 논거는 모두 나름의 타당성을 갖고 있으므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리하여 헌법재판소도 병역법 제88조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한편으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는 비록 아직 소수에 불과하나, 입법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행으로 인하여 양심갈등의 상황이 집단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그동안 충분히 인식하고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고뇌와 갈등상황을 외면하고 그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어떻게 배려할 것인지에 관하여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나름대로의 국가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된다’고 하였다.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바로 이와 같다. 비록 입장이 다르다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나와 관련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미덕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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