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수평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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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수평적 사고

[목요세평]김형태 한남대 총장

  • 승인 2008-07-30 00:00
  • 신문게재 2008-07-31 20면
  • 김형태 한남대 총장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사람들은 흔히 수직적으로 분류하여 평가하는 일에 익숙하다. 어느 나라는 좋고 어느 나라는 나쁘다고 종합평가를 해버리는 것이다. 어느 지방은 이러하고 또 다른 지방은 저러하다고 예단해 버릴 때도 있다. 그러나 시각을 바꾸어 수평적으로 분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우리 인식의 틀을 고정시키지 말고 융통성 있게 운영해 보자는 것이다.

옛 말에 부엌에 가면 며느리가 옳고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가 옳다는 말도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게 되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나라는 좋고 저 나라는 나쁘다는 식의 평가는 수직적 분류이다. 그러나 좋은 나라에도 선한 사람과 총기를 난사하는 흉악범이 있고, 나쁜나라에도 착한 봉사자와 틀린 논리를 우겨대는 엉터리가 있는 것이다.

8월이 되면 광복절이 있고 광복을 생각할 때마다 옛날 일본사람의 핍박을 되새기며 속상한 추억을 더듬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지정학적으로 가장 근접한 일본을 생각하면서 거기에도 착한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그 실례를 한두편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기따 기요시(喜田)라는 사람이 쓴 책 ‘아름다운 섬의 노래`」는 일본 나카시마의 애생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곳은 1,000명의 음성 나환자가 수용되어 있는데 그중 100명 정도가 재일한국인이다. 일본인구 1억 2500만 명 중 재일동포가 70만 명이라는 비율로 볼 때 매우 많은 한국인 환자인 셈이다.

이 애생원을 찾아가 환자들과 대화 및 위로를 나누면서 그들의 끈끈한 휴머니즘을 이야기로 모아놓은 것이 바로 ‘아름다운 섬의 노래`이다. 이 일의 장본인 기따 기요시는 중학교만 졸업한 자로 난청이라, 보청기를 끼어야 말을 들을 수 있는 장애자이며 말을 더듬는 사람이다.

철공소에서 선반공으로 일을 하다 인지손가락이 완전 절단된 불구자이다. 그는 말더듬을 극복하기 위해 매일 새벽마다 30분씩 소리내어 책을 읽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손가락이 잘려 입원하고 있을 때에도 같은 병실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새벽마다 30분씩 소리 내어 책을 읽었다. 차츰 병실의 동료들이 이 끈질기고 진지한 노력에 감동되어 새벽 30분간을 공동 학습시간으로 정해놓고 함께 책을 읽게 됐다 한다.

그의 집에서 애생원까지 가려면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 5시에 출발, 자전거로 40분 간 후 배를 타고 가서 다시 버스로 가는 먼 거리였다. 그러나 그는 평생사업으로 삼고 매주 그곳을 찾아가 환자들과 함께 대화하고 위로하고 소망을 주고 집에 돌아오면 밤 1시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버림받은 이국인을 위해 말해주고 들어주고 사랑해주고 있다. 난청인 귀와 더듬는 혀를 가지고 대가 없는 봉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일본 大津시 雄山莊의 우쯔끼(宇都本 公一) 사장 이야기이다. 그는 게이오대 정경학부를 졸업한 기업인으로서 탁구를 좋아하는 인연으로 7년 전부터 한남대의 탁구부를 소리 없이 지원해오고 있다. 일본에 탁구대회가 있을 때마다 한남대 선수단을 초청하여 숙박비와 교통비를 부담해주고 시합장에 나가 혼자 응원을 도맡아 해줬다. 선수들이 잘 먹어야 한다고 특식을 사주는가 하면 일본 전국대회나 아시안게임에서 한남대 팀이 우승하는 것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7년 동안 변함없이 숨은 봉사를 해온 뒤에야 대학 당국에서 알게 될 정도로 비밀리에 해온 일이다.

우리는 흔히 남을 돕는 일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로 행하기는 어렵다. 무엇을 가져야 하는 일로 안다. 많이 배우고 알아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지녀야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이 배우고 가진 자가 남을 돕기 보다는 배운 것이 없어도 가진 것이 없어도 사랑과 위로를 가지고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 평안을 줄 수 있고 그들을 만나줌으로 위로를 나눌 수 있다. 나의 귀로 봉사하고 나의 입으로 수고할 수 있는 것이다.

이웃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것은 크고 거창하게 나팔을 불고 광고를 해가면서 할 일이 아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상생활을 통해 만나는 사람에게 갖고 있는 것으로 베풀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난청이 아니므로 친구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고 벙어리가 아니기에 사랑의 송가를 부를 수 있다. 다리가 있기 때문에 필요한 곳에 찾아갈 수 있고 그리워하는 자를 만나줄 수 있다. 이제 수직적인 총평보다 수평적인 사고가 필요한 때이다. 전체로 묶어 찬양하거나 폄훼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옥석을 가려야겠다. 이는 여ㆍ야에 대한 평가나 어떤 나라에 대한 평가에서도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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