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는 몰라도 그만 알아도 그만이 이야기들로 그득하다. 하지만 지식ⓔ의 내용들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그것은 지식이 아니게 된다. 바로 그것은 사회문제요, 인종문제요, 아동문제며, 국제문제이고, 생존의 문제로 바뀌게 된다.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커피한잔은 별것 아니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의 거대기업의 가격에 대한 횡포와 함께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커피를 재배하는 50개국 20여만명 어린이들의 슬픈 비애가 숨겨져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책은 논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점점 바이블로 불리고 있다.
이 책은 읽다보면 툭툭 던지는 문장 하나하나가 피할 수 없는 비수마냥 꽂힌다. 특히 "사라 바트만"의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심한 충격마저 받았다. 내용을 잠깐 보면 이렇다.
1810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사끼 바트만이라는 여성이 살고 있었는데, 이 여성은 큰 엉덩이 때문에 당시 영국인 의사가 유럽에서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그녀를 런던으로 데려간다. 이후 `사끼 바트만`은 `사라 바트만`으로 개명 시킨 후, 구경꾼들에게 그녀의 신체를 보여주는 순회전시회를 벌인다.
사라 바트만은 ‘유인원의 비너스`란 애칭을 얻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결국은 흥행의 수명이 다했다고 판단한 의사는 프랑스 파리의 야생동물 흥행사에게 팔아넘기고, 결국 바트만은 사창가를 거쳐 질병과 매춘, 알콜중독으로 죽게 되고 .그녀의 시신은 뇌와 성기로 나뉘어 186 년 동안 프랑스 인류학 박물관에 전시되고 2002년 남아공 정부는 프랑스 정부와 7년간의 협상 끝에 유해를 고국으로 가져와 고향 강가에 묻었다.
2003년 4월 서울 장충동 여해문화공간에서 한국과 남아공의 합작연극 <사라 바트만>이 초연되었고, 한 여성학자는 ‘사라 바트만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여성억압의 전형적인 상징이라고 표현하였다.
이외에도 <단일민족> 대목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하인스 워드, 다니엘 헤니, 데니스 오..
색다른 한국계 혼혈인들이 브라운관을 장악했다.
그러나 그 색다름 때문에 숨어야 했던 또다른 혼혈인들..
“모자를 벗은 적이 없어요. 아이들은 곱슬머리를 싫어하거든요.”
“오십 평생 된장찌개를 먹었지만 사람들은 저를 한국사람으로 보지않아요.”
1990년 이후 이주노동자 대거 증가
2004년 국제결혼 3만5천쌍, 전체 결혼 비율의 11%
2005년 국내 총 혼혈인 3만5천명, 국내 초중고 혼혈학생 약 6천명, 혼혈학생 학업중단율 17.5%
“선생님께서 우리는 단일민족이라고 설명하시는데 친구들이 절 힐끔힐끔 쳐다봤어요.
너는 한국사람도 아닌데 왜 여기있냐고 ....“
단일 민족.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민족
새로운 혼혈, ‘코시안`이라 불리는 아이들, 말이 서툰 엄마, 부족한 교육, 그리고 가난의 대물림.........
‘국내 거주 혼혈인의 42.2%가 교육, 고용, 혼인에 있어 피부색등으로 인한 지속적인 차별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
이외에도 전 세계에 2만9천여 매장을 거느린 맥도널드의 햄버거 하나를 위해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어 이상기후나 숲이 사라지고 마는 이야기 사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폭염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맥도날드의 햄버거가 주범이라는 놀랄만한 이야기라든지 , 축구공에 얽힌 이야기로 영국축구의 대명사 데이비드 베컴은 하루에 2천만원을 벌지만, 그 축구공을 만드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이름 모를 아이의 하루벌이는 단돈 300원이라는 대목에서는 욕지기가 나왔다.
그 외에도 지식ⓔ 에서는 한미 FTA로 인한 쌀과 영화에 대한 문제도 언급되어있고, 최저임금, 왕따로 인해 목숨을 끊는 아이들, 매 맞는 여성 등의 사회문제는 물론, 일제강점기하의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 광주 민주화운동, SOFA 등등의 사회적, 국제적 문제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지식ⓔ를 읽으며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은 특히 국제적 문제의 이면에는 모두 미국과 일본등 몇몇 강대국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세계의 안위나 생태계에는 관심이 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만행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지식ⓔ를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얻으면서 나부터라도 햄버거하나, 커피한잔, 하다못해 무심코 뿌리는 프레온가스를 배출하는 제품들의 사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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