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이성과 감성의 변증법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선호]이성과 감성의 변증법

[시사에세이]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

  • 승인 2008-07-28 00:00
  • 신문게재 2008-07-29 20면
  • 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
▲ 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
▲ 김선호 한밭대 인문과학대학장
TV 토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어느 유명 인사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예컨대 ‘사형 제도에 대한 찬반 토론’이 벌어질 경우, 서구 국가에서는 ‘범죄자의 인권에 관한 법적 해석과 범위’와 같은 논리적 근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다르다. 많은 한국인들은 ‘만약 네 가족이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했다면 어찌 하겠는가’와 같이 다분히 감성적 방식으로 대응하려 한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감정이입을 통해 논리적 근거를 도출하려 한다는 한국인의 기질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의 감성적 기질은 외국인들의 눈을 통해 보면 더욱 극명해 진다. 한국에 거주했던 외국인들의 실제 증언을 들어 보면, 어떤 첨예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곧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폭풍 전야의 분위기에서도 여전히 활발하게 유지되고 발전하는 한국 사회를 보며 진심으로 감탄한다고 한다. 1990년대 말 IMF 관리의 경제 위기에서 많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섰던 금모으기 운동이나, 2002년 월드컵 대회 때 서울 시청 광장을 붉은 물결로 뒤덮었던 응원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이러한 우리나라를 쏠림 현상이 강한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로 규정했을까?

어느 한 해도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때가 없건만, 올 해 만큼 대한민국을 둘러 싼 국제 정세가 이처럼 예각화 되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터진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거니와 아직까지도 해법을 모색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벌어진 금강산 관광객에 대한 북한의 총격과 피살,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도발 등 연이은 악재들이 대한민국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의 가장 앞머리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생존권’과 ‘국토의 영유권’은 국가의 존재 유무에 관련한 국기(國基)에 해당한다. 이를 총체적으로 위협하는 모든 요소들은 응당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다만 방법론이 문제다. 앞서 언급한 감성적 대응 전략으로는 합당치 않다. 그러나 이 땅의 현실은 여전히 감성적이다. 각종 보도 자료에 나타난 기사들을 보자. ‘대통령 격노’, ‘긴급 대책반 편성’에서부터 ‘국민들의 분노’ 등등. 일방적이고 감성적인 성토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어떤 열혈 국민이 단지(斷指)나 분신(焚身)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표출한다면 국민들의 정서는 극에 달할 것이다. 그러나 결단코 그 뿐이다. 정부의 분노에 찬 반응은 위기대응 시스템의 부재를 자인하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며, 국민들의 자극적 구호나 비분강개 역시 현실적으로 아무런 대안이 되지 못한다. 주변 국가들의 발호와 도발에 대처하는 방법이 이렇듯 냄비처럼 감성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자국의 이익이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 목소리를 내는 미국이나, 허허실실 치고 빠지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침착하게 대응하는 일본, 같은 민족이면서도 국민을 담보로 배짱을 부리고 으름장을 놓는 북한은 분명 우리에게 고단한 상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또한 우리의 경제와 안보, 통일을 위해서 버릴 수도 없는 중요한 외교 파트너이기도 하다. 비감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우리는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초유의 힘을 발휘하여 극복해 온 우리의 역사를 반추해 볼 때, 오늘의 국난 역시 잘 이겨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것이 질경이처럼 유지해 온 우리 한민족의 끈질긴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위기를 맞이하면 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한민족은 그래서 더욱 위대하다. 다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우리의 자세와 방법을 다시 한번 성찰해 보자는 것이다. 좀더 냉정하게 분석하고, 예리하게 통찰하며, 의연하게 대처하는 국민적 합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