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완두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리나 잠자리 등은 인간이 만들어 낸 어떠한 비행체보다도 월등한 비행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찮게 보이는 거미줄은 인간이 만들어낸 어떠한 소재보다도 뛰어난 강도와 연성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자연에는 첨단과학기술로도 해결할 수 없는 신비롭고 경이로움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미국 유타주에 있는 아치스국립공원의 아름다운 랜드스캐이프아치는 공학적인 계산으로서는 붕괴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리 최첨단의 설계 기법을 동원하여도 이러한 형태의 구조물은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자연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에 도전해 왔고, 이는 자연모사기술로 일컬어진다. 자연모사기술은 자연의 생태계와 자연 현상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체 등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서 그것을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생체모방공학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이를 모방하는 기술을 말한다.
다만 무생물까지도 포함한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기 위한 자연모사기술이 생체모방공학보다 광범위한 개념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화, 가방 등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찍찍이라고 하는 접착테이프는 도꼬마리라는 식물의 열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실생활에 편리하게 사용되는 대표적인 자연모사의 예가 된다.
예전에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호주의 수영선수는 전신 수영복을 입고 출전한 바 있는데, 바로 그 수영복이 상어피부를 모사하여 물의 저항을 최소화시켰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는 자연모사의 사례가 되고 있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또한 새의 모양과 날개짓을 모사하여 인간이 만들어낸 자연을 모사한 걸작품 중의 하나이다.
최근에는 잠자리나 파리 등 곤충의 날개짓을 모사하여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는 최첨단의 비행체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벽과 천정을 기어 다니는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수억개의 가느다란 섬모의 물리적인 힘에 의해 붙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이 섬모는 머리카락의 수천분의 일인 100 또는 200 나노미터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한 한국인 유학생이 스티키봇이라는 유리벽을 기어 오르는 인조도마뱀을 발명한 바 있다.
최근 미국 NASA에서는 우주공간에서 작업하는 로봇에 이를 응용하고 있다.
물 속에서 서식하는 연잎의 표면에도 자연의 신비가 숨어 있다. 연꽃잎 표면은 물에 젖지 않고 항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표면에는 우리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은 아주 작은 돌기들과 물을 싫어하는 성질의 물질이 존재하는데, 이것이 바로 물에 젖지 않고 물방울을 굴러가게 하는 초발수 성질의 비밀이다.
잘 굴러가는 물방울은 표면의 먼지 등 이물질을 깨끗이 씻어 주는 세정 효과도 나타낸다.
자동차의 유리, 사이드미러나 욕실의 거울 등에 이런 특성을 부가하면, 물방울 맺힘이나 김서림을 막을 수 있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나방의 눈은 독특한 나노 구조물 모양을 가지고 있어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여 천적으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고 있다.
최근 환경과 에너지 문제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태양전지 표면에 자연을 모사한 초발수와 무반사 효과를 부여하여 효율을 높이려는 기술도 시도되고 있다. 이렇듯 자연으로부터 배워 우리의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관찰력,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개발을 지속한다면 자연모사기술은 과학기술 발전은 물론이고, 우리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할 수 있는 21세기형 융합기술 분야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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