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18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용인의 고시원 화재는 대피로를 확보하기 힘든 벌집 형태의 밀폐된 구조가 화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당 고시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고시원들이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대전과 충남에는 각각 82개와 50개소의 고시원이 영업 중이며, 이들 고시원 대부분이 화재가 발생한 용인의 고시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충남소방본부가 도내 고시원 41곳을 대상으로 벌인 합동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 중 16곳에서 자동화재탐지설비가 회로 단선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 2006년 서울에서 발생한 고시원 화재 참사 이후 고시원이 소방점검대상에 포함돼 기본적인 소방시설은 어느 정도 갖춰지고 있지만 문제는 이 마저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고시원의 구조 자체가 화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대전과 충남에서 영업 중인 고시원 대부분은 화재가 발생한 용인의 고시원과 마찬가지로 목재나 석고보드 재질의 칸막이로 나뉜 수십개의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 형태의 벌집 구조를 하고 있다.
복도 역시 대부분 폭 1m 안팎의 미로형 구조로 돼 있어 화재 발생시 대피로를 확보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방마다 설치돼 있어야할 휴대용 비상 조명등이나 유도표지 비상등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거나, 주출입구 반대 편에 설치돼 있어야 할 비상구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고시원이 사실상 학습장소로서의 기능보다는 숙박업소의 형태로 변질돼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뚜렷한 법적 규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고시원은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별다른 허가 기준 없이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공중위생관리법에 고시원업을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이마저도 17대 국회에서 처리돼지 못해 자동 폐기된 상태다.
대전시소방본부 관계자는 “고시원 자체가 일종의 학습시설이지만 실제로는 숙박시설화 돼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법적 규제기 미미한 상태에서 소방점검만으로 대형 참사를 막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현실에 맞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