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처럼 인색한 악기가 없죠. 10만큼을 투자하면 1이나 0.5정도의 결과만 주기 때문에 매일 연습해야하고 하루라도 연습을 거르면 뒤로 1주일 퇴보합니다.”
군대 제대 후 23살이란 다소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공부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유학길에 오른 젊은이가 있다.
이미 괜찮은 대학 이공계 학생이었던 조용현 교수(배재대 피아노과.목원대 반주과)는 늦깎이 유학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자신에게 어떻게 그런 용기가 있었는지 모르겠단다.
“열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좋아했는데 집안의 장남이다 보니 쉽게 전공하겠다는 얘기를 꺼내기가 어려워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고 군대를 다녀왔는데도 피아노에 대한 열망을 버릴 수가 없어 급기야 모든 것을 버리고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가는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우즈베키스탄으로 피아노 공부를 하러 간 조 교수는 “러시아권 음악의 웅장함과 스케일에 매료돼 위험할 수도 있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갔다”고 회고했다.
▲ 피아니스트 조용현 |
유학 시절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조 교수는 폴란드 대사관 주최 쇼팽 페스티벌 초청 연주, 베토벤 페스티벌 초청연주, 타슈켄트 국립음악원 오케스트라 협연, 타슈켄트 국립오케스트라 협연 등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쳤다.
“외국인은 제자로 안 받는다는 스승 밑에서 정말이지 열심히 공부했다”는 조 교수는 “큰 꿈을 안고 유학길에 올랐지만 매일 매일이 고비로 하루에도 몇 번씩 가방을 싸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연습에 몰두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작곡가와 그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철학을 공부시키고 한 학기에 엄청난 분량의 작품을 소화하도록 짜여 진 교육과정을 이겨낸 덕분에 조 교수는 지금도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피아노 앞에서 보내는 ‘연습벌레’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총 18장으로 구성된 포니캐년의 쇼팽전집에 그의 감상 포인트와 쇼팽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실어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이름을 알린 그는 “음악을 공부하는데 있어 그 출발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며 “같은 곡을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피아노에 몸과 마음을 바치느냐에 달려있으니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열정을 쏟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포르테 음악원을 개원하고 배재대와 목원대에 출강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조 교수는 “음악을 하는데 있어 시기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내 사례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아직도 더 많은 작품을 다뤄보는 게 꿈으로 내년쯤에는 개인 독주회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