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의 <맛>은 출간된 지 벌써 3년이 넘었지만 그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 보아도 재미있다. 이 작가의 전문분야는 이야기이며, 실제로 이 작가가 미국에 갔을 때 오로지 입심 하나로 당대의 여배우 패트리셔 닐을 마누라로 들어 앉혔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의 이야기는 한번 듣기 시작하면 그의 다음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해 아무도 자리를 뜨지 못한다는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로알드 달. 이미 우리에게도 <찰리와 쵸콜릿 공장>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고,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그의 단편 10편이 실려 있는 <맛>이라는 책이다.
로알드 달은 ‘에드가 앨런포’상을 두 차례,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을 세 차례나 수상할 만큼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알려져 있는 영국인이다.
제 2 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영국 공군에 지원하여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고, 이 경험을 토대로 발표한 <응답 바람>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도박과 내기에 대한 집착, 속고 속이는 의뭉한 술수등 인간사의 미묘한 국면을 차근차근 밀도 높은 이야기로 조여붙이는 그의 솜씨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할 만큼 스릴 있고 엄청난 반전이 다시 한 번 앞 페이지를 들추게 만든다.
앞 페이지를 다시 보게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도 높고 재미있다는 말인데 어떤 내용인지 한번 들어가 보자.
<남쪽 남자>
자메이카로 휴가를 떠난 나는 오후 6시가 되어 호텔 수영장으로 맥주 한병을 사들고 일광욕 의자에서 저녁 해를 쬐려고 일광욕 의자에 앉았다.
그 때 자그마하고 늙수그레한 남자가 하얀 양복을 입고 내 옆에 앉는다. 그리고 조금은 건방져 보이는 미국 청년 2명이 금방 수영장에서 나왔는지 물을 뚝뚝 흘리며 내 옆의 빈자리에 앉는다. 미국 청년은 나와 양복 입은 남자에게 담배를 권하며, 자신의 라이터를 자랑한다. 자신의 라이터는 한 번도 불이 붙지 않은 적이 없다면서 자신만만해 한다.
그러자 심기가 불편했던 양복 입은 남자가 내기를 하자고 한다. 자신에게는 작년에 뽑은 캐딜락이 있는데 그 캐딜락 자동차를 내기에 내놓겠다고 하면서, 청년에게는 청년의 물건중 꼭 필요 없는 그 무엇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하는 척 하더니, 미국 청년에게 새끼 손가락이 그다지 필요 없어 보이니 청년의 새끼 손가락을 내기에 걸라는 제안을 한다.
청년은 처음에는 자신 없어 하더니, 양복입은 남자가 청년의 라이터를 10번 켜서 모두 켜지면 캐딜락이 생기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적이 없다면 뭐 대수냐고 하면서 청년을 다시 유혹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캐딜락 차키를 보여준다.
청년은 머묻거리다가 결국에는 내기에 응하고 만다. 잠시 후, 양복입은 남자의 제안으로 그의 방으로 가서 청년의 한 손을 묶고, 양복입은 남자는 한 번이라도 라이터가 켜지지 않으면 바로 주방용 식칼로 청년의 새끼 손가락을 자를 수 있도록 자세를 잡고 라이터를 켜기 시작한다. 8번까지 라이터는 잘 켜졌고, 9번째 라이터를 켜는 순간...........
양복입은 남자의 부인이 갑자기 나타나 내기를 중단하라고 소리친다. 그 이유는 남편이 내기에 걸었던 캐딜락은 이미 자신의 소유이며, 자신의 남편은 그 동안 수많은 내기를 하면서지금은 빈털터리라면서 이 내기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 이 사람은 진짜 골칫덩어리에요. 저 아래 우리 고향에서는 여러 사람한테서 손가락을 총 마흔 일곱 개 모았고, 차는 일곱 대를 잃었죠. 결국 고향 사람들은 이 사람을 가둬버리겠다고 협박했어요. 그래서 이리로 데려온 거에요. ”
그리고는, “저 사람에게는 남은 게 하나도 없어요. 사실 오래 전에 내가 다 따버렸거든요. 시간은 꽤 걸렸죠. 힘든 일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다 따버렸어요.”
그녀는 청년에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캐딜락 열쇠를 잡으려고 탁자로 손을 뻗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것이 보인다. 그녀의 손에는 엄지손가락 외에 손가락이 단 하나 남아있을 뿐이었다.
오늘 소개해 드린 <맛>은 아무 이유없다. 단편집이기 때문에 단편 한 소절 읽는데 10분-20분 정도 소요된다. 그러니 이 책 한 권 들고 이번 휴가철에 떠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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