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고 있는 대전지역 공기업과 정부기관 수장 공모를 두고 관련 기관 관계자들에게 최근 자주 듣는 말이다. 그동안 공모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공모제 시행은 보은인사, 말 그대로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관행적으로 정권 창출 등에 노력한 정치인과 퇴직을 앞둔 고위 관료들을 위한 자리로 전락했던 기관장 자리를 바꿔보겠다고 한 것이 바로 공공기관장 공모제다.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에 의거, 기관장 선출을 위해 비상임이사와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외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공모제 시행 주체다.
하지만, 실상은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공모제가 낙하산 인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명분으로 이용됐다는 게 관련 기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공모절차를 진행중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의 경우 김건호(63) 전 건설교통부 차관과 김우구(56) 수자원공사 사장 직무대행, 전재상 전 수자원공사 기술본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건교부 건설지원실장, 수송정책실장을 지낸 김건호 전 차관은 1998년 차관에서 물러난 후 한국공항공단 이사장을 맡은 정통 고위 관료 출신이다.
조폐공사 역시 정치인 사장으로 유명하다. 직전 사장은 참여정부 초대 홍보수석을 지낸 후 17대 총선 당시 부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인사였고, 현재 진행 중인 공모에도 언론계 출신의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지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인사 등이 사장을 노리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원본부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특구본부는 오는 28일까지 신임 이사장 공모 접수를 마감한다. 기술사업화의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최고경영자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특구 본부 역시 이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서류심사와 3배수 압축, 면접을 거쳐 최종 1인을 결정하고, 최종 결정은 지식경제부 장관이 하는 공모제다. 하지만, 3년간 특구본부를 이끈 이는 구(舊) 기획예산처 기획관리실장 출신의 고위관료인 박인철 이사장이었다.
앞서, 공모제를 시행한 코레일 사장에는 이명박 대통령 서울시장 시절 서울메트로 사장을 지낸 강경호 사장이 임명되는 등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공모제가 낙하산 인사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관 관계자는 “사실 공모제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취지를 살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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