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호 대전광역시교육감 |
인류를 발전시킨 문명의 3대 중요 요소는 불, 화장실, 컴퓨터라고 일부 인류 사회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컴퓨터는 우리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컴퓨터의 빠른 변화는 사회의 다른 면까지 다양하고 신속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컴퓨터의 등장으로 옛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인간의 정의적 영역까지도 컴퓨터의 수량화, 계량화, 객관화시켜서 전문분야에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성지수, 도덕지수, 봉사지수, 스트레스 지수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지수(指數)란 일반적으로 어떤 대상을 100으로 비교하는 숫자를 말하지만 전문적인 용어의 경우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교육지수 [敎育指數, educational quotient]란 피교육자가 실제 연령에 비교하여 교육연령, 즉 어느 정도의 연령층과 동등한 교육을 받았는지를 비율로써 나타낸 수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교육학의 정의에 불과하며, 지금처럼 다양화되고 복잡다단한 교육현상을 객관화하려면 단순한 공식으로는 불가능하다. 교육지수(EQ)가 100이하인 경우는 수준 이하라고 하지만, 지능지수만큼 신뢰성·타당도를 갖지 못한다는 소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교육지수에 중점을 두고 국가경제의 총량적인 인적자원을 단일지수로 측정하는 인적자원개발지수(human resource development index)를 개발했다. 인적자원개발지수는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HRDI로 약칭한다.
산출에 사용되는 주요 자료는 중등·고등교육 성취도, 1인당 실질국민소득 등인데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한국의 HRDI 지수는 OECD 조사 대상국 28개 회원국 가운데 27위로 인적자원 개발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 온 국민이 교육과 전쟁을 치르는 듯한 높은 교육열과 강한 교육 성취욕을 비웃기라고 하듯 실망적인 결과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야말로 우리의 교육지수를 높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거침없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집안의 모든 방문은 더위를 쫓기 위해 일제히 열어놓았고, 열어놓은 문들을 타고 산들 바람은 마음껏 건너다니며 우리들의 더위를 식혀주었다. `독서·논술교육 프로그램`이 없었던 시절이었건만 툇마루에 앉으면 저절로 독서삼매경에 빠졌고, 우물에서 갓 건져낸 수박을 먹으며 친구들과 독서토론에 열을 올리곤 했다.
대전교육지수를 높이기 위해 올 여름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독서다. 표맥(漂麥)이라는 고사가 있다. 중국 후한의 고봉(高鳳)이 널어 말리던 마당의 보리가 폭우에 떠내려가는 것도 모르고 독서에 몰두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로, 여름 방학 중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집안 살림 떠내려가는 것도 모르고 독서에 몰두하다 부모님께 걱정을 들었던 표맥의 추억을 우리는 갖고 있다.
옛 성현들이 백화쟁비독서향(百花爭比讀書香) 즉 백 가지 꽃의 향기가 독서의 향기에 미치지 못한다 하여 삶의 으뜸으로 독서를 꼽았듯이, 올 여름 교육지수 높이기의 으뜸은 책읽기라고 생각한다.
여행의 극치는 모든 것으로부터의 `떠남`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은 온전히 자신에게로 향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단 하루라도 좋으니, 여름방학동안 집과 학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체험학습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가족과 사회를 생각해 보는 소중한 체험은 대전교육지수를 높이는데 일조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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