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설의 여운 |
도예가 이종수 선생도 그렇게 가마 앞에서 기다리며 한 평생을 살고 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불을 보며 때로는 다독여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며 활활 타오르는 불을 벗삼아 흙을 빚어왔다.
흙과 불, 그리고 자신을 어르고 달래고 또 기다리며 탄생시킨 작품이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지난 4월부터 열린 `이종수, 겨울열매`전은 오는 8월 3일이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4개월여의 긴 전시에도 불구하고 그 끝을 기다리는 아쉬움은 깊어만 가고 있다.
흙과 불을 벗삼아 살아온 이종수 선생이 병마와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수 선생은 현재 폐암으로 투병 중이다. 호흡기를 부착한 채 중환자실에서 누워 있는 그는 현재 대화조차 어려운 만큼 위독한 상태다. 이렇기에 얼마남지 않은 전시에 발걸음을 다시한번 옮기게 된다.
시립미술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전시에는 50여점의 도자가 전시돼 있다.
그는 현대 도예에서 흔히 사용되는 가스 가마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 지은 흙벽 오름새가마에서 옛 도공처럼 작업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그가 빚어낸 도자에는 옛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가 빚은 백자는 투명하리만치 순박하다.
하지만 옛것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전통가마에서 구워낸 백자의 순색, 유백색 또는 엷은 갈색조로 구워낸 도자에 표면을 광택 혹은 무광택으로 조절하며 미감을 자유롭게 드러낸다.
그는 또, 전통 도자의 기형을 탈피하고 표면질감을 현대적 조형미로 창출해내 현대도예의 자유로운 창작성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이 전시를 위해 작업에 열중해 탄생한 것들이어서 평생을 도자에 바친 장인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가 끝나기 전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겨 가마 앞에서 불길을 바라보는 이종수 선생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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