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로 천안월봉중학교 교사 |
7월 중 가장 무덥던 날, 주체할 수 없는 갈증과 온 몸으로 느껴지는 끈적끈적한 땀이 주는 불쾌함 때문인지 아이들은 쉽사리 오후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 수업 시간 내내 산만한 모습으로 몸을 비틀던 한 녀석이 난데없는 비명(?)을 지른다.
“선생님, 저 목 말라요. 죽을 것 같아요. 지금 물 먹고 오면 안 될까요?”
정말 지금 곧 갈증을 해결하지 못하면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엄살을 떠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둘러보니 졸음에 겨운 몇몇 아이들은 졸음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서 짐짓 “너 이 녀석, 쉬는 시간엔 뭐하고 있다가?” “너무 더워서 그래요.
쉬는 시간에 물 먹었는데도 그래요. 어떻게 안 될까요? 선생니-임” 하며 너스레를 떤다. 오죽 견디기 어려우면 저럴까? 하여 마지못해 승낙했더니, 때를 가다렸다는 듯 금방 여기저기서 “선생님? 저도 갔다 오면 안 될까요? 저도 참기 힘들어요.” “저도요.” “선생니-임, 저는요?” 금방 교실은 아이들의 하소연으로 넘쳐난다.
“얘들아, 덥지?” “네! 더워요.” “그래, 그러면 순서를 정해 한 사람씩 아주 조용히 갔다 와. 지금 수업 중이니, 옆 반에 방해되지 않게 그리고 지금 수업 분위기 깨지 않도록. 알았니?” “네.”
사실 아까부터 녀석과 아이들의 발언으로 수업 분위기는 벌써 수습 불가 상태이지만, 짐짓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소음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릴 교실 분위기를 염려한 때문이다.
지금의 아이들 대다수가 부부 중심의 핵가족제도에서 부모의 사랑도 독차지하고 있어 너나 할 것 없이 귀하게 크다 보니, 행동의 패턴이 ‘나` 중심 위주다. 참을성도 없고 타인에 대한 배려도 별로 하지 않는다. 형제가 많아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군침을 삼켜가며 억지로 참아야 했던 나의 어린 시절과는 너무나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이다.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에서 아쉬울 것 없이 자라다보니, 굳이 참을 필요나 이유도 없었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할 기회도 가정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을 터였다. 그러니 그렇게라도 학교에서 지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아이들의 행동이 익숙하지 않은 낯선 모습으로 다가올 때마다 진정한 ‘학교교육`의 의미와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단순히 지식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인간답게 사는 길인지, 한 번 더 생각하며 행동하고,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따뜻하고 고운 품성을 지닌 바른 아이들로 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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