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자치여론연구소장 |
자유선진당이 어떤 정당인가? 지난 4.9총선에서 충청권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일어선 당이다. 뚜렷한 비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책과 인물이 출중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충청의 지역민들은 그 동안 기존의 양당구도 하에서 소외된 지역발전과 충청권 홀대로부터 벗어나고자 또 한 번 속는 셈치고 자유선진당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지난 3개월 동안 보여준 선진당의 작태는 지역민들의 기대에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대표가 보여준 리더십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한분은 집권여당을 창당하고 3번의 대선 출마 경력, 한분은 자치단체장을 수차례 지냈던 행정의 달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섭단체구성을 둘러싼 무능함과 최근 심대표의 총리설로 촉발된 두 사람간의 갈등관계 등을 생각하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선거결과를 놓고 보자면 자유선진당은 지역정당이다. 대부분의 정당들이 그 출발이 지역정당이기에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고 하자. 그러나 지역정당이 전국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먼저 그 지역에서 지역민들로부터 확실한 신임과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정당이념과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과연 자유선진당은 “이 두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지난날 충청권의 맹주로만 끝난 자민련과는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되새겨 봐야 한다.
필자는 이곳 충청을 사랑한다. 자유선진당이 의원개개인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당이 아니라, 그 동안 영남과 호남사이에서 소외당했던 지역민들의 아픔을 대변해주고 국토의 중심에서 국가균형발전과 동서의 갈등을 치유하는 거대정당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정당의 역할에 충실해라. 누가 뭐라고 해도 자유선진당의 뿌리는 충청이고, 현실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지역민들에게 절대 흔들리지 않을 확실한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무엇이 먼저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둘째, 타 정당과 차별화된 정강 이념과 정책을 만들어라. 자유선진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솔직히 정치평론을 하는 나로서도 쉽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과거 자민련 짝퉁 같기도 하고, 극우 보수집단 같기도 하고, 어떤 땐 한나라당 2중대 같기도 하고...” 도대체 무엇이 그들의 정체성이란 말인가? 자유선진당은 국민들이, 아니 충청민들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셋째, 대표들의 섬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아직 대통령은 못되었어도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정치의 달인 이회창 총재, 지방행정의 달인 심대평 대표, 이들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조그마한 지역정당 내에서 뭘 얼마나 더 갖기 위해 대립각을 세우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겨라”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고향을 위해서, 후배들을 위해서, 그리고 당의 미래를 위해서 베풀어야 한다.
넷째, 젊은 인재를 키워라. TV화면 속으로 보여지는 자유선진당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 마치 한편의 세월이 지난 삼류영화를 보는 듯하다. 우선 당장은 패잔병을 모아 지역정당으로 성공은 했지만, 지금 이 모습으론 얼마를 버틸지, 지역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21세기 디지털시대에 맞는 콘텐츠와 인재가 필요하다. 원론적인 얘기 같지만 젊은 인재의 육성, 결국 그것이 전국 정당화의 길로 가는 미래 자유선진당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충청인들은 지금 정치권을 향해 무언의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진정한 소통을 원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정당으로 성공하려면 충청민의 특징인 무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충청권에서 선거의 바람은 이런 무언의 바람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21세기에 걸맞는 자유선진당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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