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장승을 만들면서 장승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예가 목정(木丁) 민도재(53)씨는 “허허 웃기도, 화를 내기도 하는 장승은 볼 때마다 그 얼굴이 달라 장승과의 대화가 즐겁기만 하다”며 “수없이 많은 장승을 만들었지만 같은 얼굴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민 씨의 말처럼 대청댐 대청문화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승의 세계-백혈병 어린이돕기 장승 전시회’에 민 씨가 내놓은 장승200점은 모두 얼굴과 모양이 각기 다르다.
장승은 선사시대부터 인간이 이 땅에 태어나 살면서 주거지역 주위에 돌이나 큰 나무를 가져다 놓거나 나무나 돌 주위에 주거를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금도 마을 어귀에 목장승이나 석장승이 세워진 곳이 많다.
▲공예가 목정(木丁) 민도재씨 |
“최소 30년에서 100년 정도 된 소나무를 들여다보며 어떤 얼굴로 만들지 이야기를 나눈 후 나뭇결과 모양에 따라 스케치 없이 직접 작업 한다”는 민 씨는 “장승에 대해 무섭다는 선입견이 많은데 사람과 밀접한 곳에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해 온 신령스런 장승에게 말을 걸어보라”고 권한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장승의 역할도 변해 요즘은 정원이나 현관 입구에 조형물로 설치하거나 실내장식용으로 많이 사용된다는 게 민 씨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할머니·할아버지뿐 아니라 엄마, 아빠, 아이 등 가족 장승이 많고 해맑게 웃는 모습과 놀란 표정, 꾸중 들어 골이 난 어린 아이 얼굴의 장승들이 눈길을 끈다.
백혈병 어린이 돕기란 부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10만~50만 원 정도에 장승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데 이번 전시회 수익금은 백혈병 어린이 돕기에 사용된다.
▲공예가 목정(木丁) 민도재(53)씨는 오는 31일까지 대청댐 대청문화전시관에서 ‘장승의 세계-백혈병 어린이돕기 장승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기간동안 판매되는 장승의 수입금은 백혈병 어린이 돕기에 사용된다. |
장승전시회는 오는 31일까지 계속되는데 대덕구 상서동에서 목정공방을 운영하는 민 씨는 장동에서 매주 수요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 목공예 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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