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기호 대전프뢰벨 회장.하모니 이사장 |
광복 6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35년간 ‘뿌리 뽑혔던’ 한국에서도 이 책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본은 과거 어느 식민주의 국가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식민정책을 우리에게 펼쳤었다. 그 주된 정책은 우리의 민족 ‘뿌리 뽑기’를 시행한 것이었고, 민족문화 말살 정책으로 시행되었다.
이로 인해 오늘날까지 우리가 안고 있는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민족적 정체감(正體感), 민족아(民族我)를 상실했다고 느끼는 점일 것이다.
특히 우리 대전은 오랜 기간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 왔다. 이것은 우리 대전시민의 뿌리 내리기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오명이 이제는 문화의 산실, 문화의 메카로 탈바꿈되어야 할 시기다. 대전의 뿌리내리기가 그 속에서 펼쳐져야 하기 때문이다. 뿌리 뽑힌 상황은 아무런 삶의 의미가 존재할 수 없다.
그러기에 국제화한 문화와 국제화한 의식의 세계에서 대전 시민 각자가 서로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할 것이며, 어떠한 가치관 설정 속에서 세계 속에서 한국으로 대전으로 발전되어야 할지는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최근 우리 대전의 문화예술 단체인 ‘대전시립합창단’이 한국문화예술계의 활로에 중요한 발전모델을 제시하여 화제가 되었다.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탁계석 음악평론가는 지난 5월호 음악전문지 『음악춘추』에 “대전시립합창단, 국내 최고 합창단으로 부상!”이라는 타이틀로 평론을 실었다. 그는 “빈프리트 톨의 대전시립합창단을 보며 국. 시립합창단끼리 콩쿠르를 한다면 대전시립합창단이 그랑프리를 할 것 같다… 중략… 제87회 정기연주회에서 보여준 그들의 역량이 매우 뛰어나 보였다.
우선 톤 컬러가 국내 어느 단체보다 고품격이다. 지휘자 톨의 예술적 에너지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단원들의 기량도 좋고 표정도 생명력이 넘쳤다. 전국의 국겱첩?합창 담당 공무원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한국합창의 현실을 대전시립합창단을 통해 이해했으면 한다. 대전시립합창단은 행정력도 벤치마킹할 만큼 앞서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도시 크기로 폼을 잡던 권위주의 시대는 합창에서도 지난 것 같다”고 평했다.
이렇듯 한국에서 최초로 대전시립합창단이 모두가 불가능 할 것이라고 염려했던 외국인 예술감독에 의한 체제는 이제 전국적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꼽힐 만큼 성공적인 궤도에 올라선 것 같다. 이에 대한 반증으로 영국의 전통있는 음악전문지 『콰이어&오르간』라이선스 한국판에서도 이번 7월호에 대전시립합창단의 활동상을 장장 4면에 걸쳐 취재하는 관심을 보여 주었다.
아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또는 가능하지 않다고 미리 설정하고 시작조차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대전시가 한국 음악사에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대전시립합창단을 통속적 개념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전국적 귀감은 만들어 지지 못했을 것이다. 대전시립합창단의 과감한 체제 변화 1년만에 전국적 벤치마킹의 문화콘텐츠가 만들어 진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것이며, 아울러 바람직한 대전의 뿌리 내리기를 위한 문화 형성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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