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정미]시대를 거꾸로 가는 아큐정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마정미]시대를 거꾸로 가는 아큐정부

[금요논단]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

  • 승인 2008-07-17 00:00
  • 신문게재 2008-07-18 20면
  •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
▲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
▲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국제학과 교수
“성도 이름도 확실치 않으나 사람들이 그를 ‘아꿰이’라고 불렀으므로, ‘阿桂’ ‘阿貴’(중국 음으로는 모두 ‘아꿰이’이다) 등일 것으로 추측하다가 분명치 않아 부득이 서양 글자를 빌어 ‘阿Quei’라 쓰기로 작정하고, 그 약칭으로 ‘아큐’라 했다.”

루신(魯迅)의 소설 <아Q정전(阿Q正傳)>은 신해혁명 전후에 미장이라는 농촌에서 날품팔이로 살아가는 아큐라는 최하층 농민의 일대기다. 그는 이름도 불분명하고 서른이 넘도록 집도 여자도 없다. 수없이 많은 굴욕을 당하고 살지만 그것을 직시하지 못하고 도리어 이른바 정신승리법이라는 특유의 자기 위안 방법으로 ‘승리’를 구가하며 산다. 그렇지만 가끔 근방 암자에 사는 젊은 비구니와 같은 약자에게 자신이 강자에게 받은 굴욕과 분노를 전가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급기야 아큐는 자기를 핍박하던 사람들이 혁명을 무서워하는 것을 보고 혁명당에 가담한 것처럼 행세하다가 누명을 쓰고 총살당해 죽는다.

냉혹할 정도로 약한 자를 억압하다가도 강한 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굴복하는 아큐의 비굴한 노예근성이 바로 작가 루신이 간파한 중국인 특유의 자존심과 사대성의 정체였던 것이다. 부질없이 남의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며 야단법석 수선을 피울 뿐, 자기 자신의 신념이나 실행력이 없고, 자기 일은 어느 것 하나 철저히 해 내지 못하면서도 아무데나 끼어들어 잘난 체하는 아큐를 통해 루신은 중국 국민의 무기력과 무능력을 들추어 보이고, 헛된 자존심과 무조건 남을 추종하는 사대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외세에 노상 패하고서도 '정신적 승리'를 주장하는 중국인의 자기기만, 놀라운 망각, 비겁 등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 소설은 당대 중국인의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러한 아큐는 과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큐의 후손들은 이 시대에도 도처에 있다. <중국의 붉은 별>의 작가로 유명한 에드거 스노는 루신과의 대화에서 “선생께서는 아큐가 현재도 이전과 같이 여전히 많다고 말하지는 않겠죠?” 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루신의 답변은 이렇다. “상황이 이전보다 더욱 나쁩니다. 그들은 현재 국가를 관리하고 있어요.”

이명박 정부의 한미, 한일동맹에 대한 짝사랑은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았다. 마지막 히든 카드였던 쇠고기 협상카드를 국민과 국회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서둘러 선물로 갖다 바쳐 내홍을 겪더니 정작 미국에게 무시당하고, 미`일정상들과 만나 파안대소하고 돌아와서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표기라는 카드를 통보받았다. 스스로 주체적이지 않은 외교가 승부를 거둘 리 만무하다. 안팎의 경제상황에 대한 무지와 무시, 외교정책 부재로 우리 정치경제와 외교안보는 패닉 상태에 빠졌고 이제는 진보진영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조차 국정운영이 낙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우리는 또 하나의 아큐를 대통령과 새 정부에게서 보고 있는 셈이다. 쇠고기 협상으로 인한 검역주권 포기, 일본 독도영유권 도발로 인한 영토주권 포기, 대내외 악재가 겹친 세계경제체제 속에서 시대착오적인 고환율정책까지, 현 정부의 행태는 외세에 밀리고 안에서는 막무가내인 아큐에 가깝다.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상대적 약자인 차관을 경질시킨 것도 아큐스럽다. 정부의 아큐스러움은 전 국민의 국익과 민족의 미래, 역사에 치명적인 폐해를 끼치는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협적이다.

언제까지 사대주의적 동맹우호의식에 사로잡혀 굴욕외교를 할 셈인가. 우리의 자주적인 외교를 위해서 정부는 스스로 자존을 지켜야 한다. 국민들은 제발 이 정부가 10년 동안의 문화지체와 지적인 지체를 극복하고 하루빨리 시대에 적응하라는 주문을 할 수밖에 없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찾아가는 마을돌봄서비스 ‘마음아 안녕’ 활동 공유회
  2. "내 아기 배냇저고리 직접 만들어요"
  3. "우리는 아직 청춘이야"-아산시 도고면 주민참여사업 인기
  4. (주)코엠에스. 아산공장 사옥 준공
  5. 아산시인주면-아름다운cc, 나눔문화 협약 체결
  1. (재)천안과학산업진흥원, 2024년 이차전지 제조공정 세미나 개최
  2. 천안문화재단, '한낮의 클래식 산책-클래식 히스토리 콘서트' 개최
  3. 충남 해양과학고 김태린·최가은 요트팀 '전국체전 우승'
  4. 천안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대응 총력
  5. 천안시, 직업소개사업자 정기 교육훈련 실시

헤드라인 뉴스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15억 원 규모 금융사기'…NH농협은행서 발생

NH농협은행에서 15억 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NH농협은행은 25일 외부인의 사기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사고 금액은 15억 2530만 원, 사고 발생 기간은 지난해 3월 7일부터 11월 17일까지다. 손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해당 차주는 서울의 한 영업점에서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고 부동산담보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번 사고가 외부인에 의한 사기에 따른 것으로 보고,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소나 고발을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수사기관..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 "유성구 트램으로 더 발전 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은 자치구 방문행사로 대전 발전의 핵심 동력인 유성구를 찾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을 통한 유성 발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5일 유성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과 구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선 8기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자치구 현안과 구민 건의사항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28년만에 착공을 앞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시에서 했던 일들 중 가장 무기력했고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줬다고 평가받던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기본계획이 수립된지 28년만인 다음달 말..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 2주 연속 오름세 '이번주가 가장 싸다'

충청권 기름값이 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다음 달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예정되면서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0∼2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리터당 1.47원 상승한 1593.06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도 0.83원 오른 1422.31원으로 나타났다. 10월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지만, 상승 폭은 다소 둔화됐다. 대전·세종·충남지역 평균가격 추이도 비슷했다. 이들 3개 지역의 휘발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2024 전국 어르신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 ‘성료’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